경주 최부자 집안의 六訓
옛날부터 명문에는 가훈이 있어 왔다. 훌륭한 가문에서는 그 집안을 지탱해주는 정신적인 지주인 가훈이 있었다. 한 가정의 윤리적인 지침으로 가족들이 지켜야 할 도덕적인 실천 덕목으로의 구실을 다 하였다.
요즘은 가훈이 아예 없는 집도 많다. 그렇지만 혁신 시대의 길목에서 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성장하는 자녀들을 위하여 도움이 될 수 있는 가훈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려시대 최영 장군의 가훈은 見金如石(견금여석)이었다. 최영 장군은 죽을 때까지 ‘황금을 돌같이 보라’는 말을 실천하였다.
조선 정조 때의 체제공은 ‘每事盡善(매사진선)’이라고 일러주신 아버지의 말씀을 가훈으로 삼아 스스로 모든 일에 착한 행동으로 일관하였으며 이 말을 현판으로 새겨 두고 실천하였다.
경주 최부잣집의 가훈은 300년 동안 지켜오면서 베푸는 삶으로 일관하여 오늘날 유명한 일화로 남게 되어 자세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경주 최부자 집>
그들이 진정한 한국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평가 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 ‘육훈’ 에 있다. 이 ‘육훈’이야말로 최씨 집안을 다스리는 중요한 지침이다.
1훈 :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마라
철저한 계급 사회에서 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지위는 필요하지만 큰 권력을 가질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경고이다. 학문은 과거를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권력이 생기면 교만하기 쉽기 때문에 권력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라는 뜻이다.
2훈 :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부에 대한 욕망을 억제하기위해 그들은 다른 부자집들이 70%정도 받던 소작료를 최부자집은 40%로 낮추어 부의 혜택이 자연스럽게 골고루 나눠지도록 하였고 이로 인해 수많은 소작인들이 최부자 집 농사를 지을려고 줄을 섰으며, 더욱 열심히 일을 하니 최부자집의 재산은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최 부자집이 복을 받게 된 것이 아닐까?
3훈 :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최부자는 부를 축적하는데 있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이 어려울 때를 절호의 기회로 삼는것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이는 가진 사람이 할 도리가 아니라는 신념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한 예로 파장 때는 물건을 사지 말라고도 하였는데 이것은 석양이 질 무렵이면 장날 물건값은 뚝 떨어지기 마련이니 이것을 이용하여 값싸게 산 후 다시 비싸게 파는 행위를 하지말라는 것이며 최부자는 항상 오전에 제값을 주고 물건을 구입였고 그러다 보니 상인들은 제일 질이 좋은 물건을 최 부자 집에 먼저 가지고 와서 팔았다.
4훈 :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지나가다 들르는 손님을 후하게 대접하는 것이 곧 선행이며 덕을 쌓는 길이라고 생각하였다.
5훈 :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최부자집은 춘궁기나 보릿고개가 되면 한달에 약 100석 정도의 쌀을 이웃에게 나누어 주었고, 흉년이 심할 때에는 약 800석이 들어가는 큰 창고가 바닥이 날 정도로 구제에 힘 썼다.
최부자집이 1년에 소비하는 쌀의 양은 대략 3000석. 이중 1000석은 식구들 양식, 그 다음
1000석은 과객들 식사대접, 나머지 1000석은 빈민구제에 사용했다고 하니 정말 이웃과 아낌없이 나누어 더불어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6훈 : 시집 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이것은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강조한 내용이다.
그래서 최부자집에서는 보릿고개 때는 집안 식구들도 쌀밥을 먹지 못하게 했고, 은수저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다.
1970년 10월 최부자 집안의 마지막 12대 최준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해방이 되었으니, 일본 경찰의 감시도 없고, 전 재산을 희사해 도둑이 들 일도 없으니 대문을 활짝 열어 두어라" 는 말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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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積善之家必有餘慶(적선지가 필유여경')이라는 말이 있다. 베푸는 집안은 반드시 경사스런 일이 있다는 뜻이다. 있다고 다 베푸는 것은 아닌데 최부자 일가는 이 6훈을 실천함으로써 주변 사람을 돌보는 아름다움을 보인 본보기이다. 힘찬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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