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不知’ 考
‘언제나 철이 들 것인가!’
우리들은 철이 없는 사람을 ‘철부지’라고 부른다. 철부지는 원래 ‘철 不知’라고 쓴다. 철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철이란 사시사철을 말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철부지인 것 이다. 다시 말하면 ‘때’를 모른다는 말이다. 봄이 오면 밭을 갈아 씨를 뿌리고, 여름에는 땀을 흘리면서 가꾸고, 가을에는 열매를 수확하고, 겨울에는 월동을 하기 위하여 창고에 저장을 한다.
철을 모르는 사람은 땅이 꽁꽁 얼어 붙은 엄동설한에 씨를 뿌리려고 들 판에 나가는 사람과 같다. 철을 모르기 때문이다. 눈 밭에 씨를 뿌리면 싹이 나올 리가 없다. 가을이 되어서 수확을 해야 하는데 철을 모르면 수확을 할 줄 몰라서 열매가 땅에 떨어져 썩어 버리고 만다.
이렇게 설명하면 쉽긴 하지만 사실 자기 인생 싸이클에서 철을 정확히 짚어 내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다.
어떤 인생은 태어나자마자 가을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부모가 물려준 빌딩의 임대료부터 받기 시작하면 씨는 뿌리지 않고 열매부터 따먹는 셈이다. 흥청망청 청년기를 보내다 보면 엄동설한이라는 다음 코스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겨울부터 시작하는 사람은 조실부모(早失父母)하고 자장면 배달부 터 시작하지만 시간이 가면 새싹이 돋아나는 봄을 맞게 된다.
문제는 자기 인생이 어느 철(때)에 와 있는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진단이 정확하면 거기에 맞는 처방도 쉽게 할 수 있다. 봄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씨를 뿌리면 되고 여름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기꺼이 땀을 흘려야 한다.
철을 알면 기다릴 줄 안다. 겨울 다음에는 반드시 봄이 온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기다리게 되어 있다. 그런데 철을 모르면 기다리지 못한다. 이처럼 철을 알고와 모르고의 차이는 대단히 크다.
진단만 정확하면 그 사람 인생의 절반은 이미 성공한 셈이다. 살아보니까 진단을 하기도 어렵고 제대로 된 진단을 받아보기고 정말 어렵다.
진단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철든 사람이고 진단을 내려 주는 사람이 바로 스승인 것이다.
한국 사회에 스승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철부지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 교육자들은 아이들이 철들 수 있도록 진단해 주고 알맞은 처방을 내려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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