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廣州)이씨 방

조용헌 살롱[711]환가탄생(換家誕生)

한실25시 2022. 2. 18. 15:48

 

조용헌 살롱

[711]환가탄생(換家誕生)

 

  우리 선조들은 지령(地靈)이 뭉쳐 있는 지점에서 인물이 탄생한다고 믿었다. 특히 임신이 되는 입태(入胎) 지점과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는 출태(出胎) 지점의 지령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명문가에서는 입태와 출태가 이루어지는 산실(産室)을 집안에 별도로 만들어 놓고 특별 관리를 하였다.

  조선 성종조 무렵에는 광주이씨(廣州 李氏) 집안에서 인물이 많이 배출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하였다. 둔촌(遁村) 이집(李集·1327~1387)의 손자인 이인손(李仁孫)이 우의정을 지냈는데, 이인손의 아들 5명과 손자 9명이 모두 대과에 급제하는 이변(?)을 보였던 것이다. 이 무렵에 생긴 말이 '팔극조정(八克朝廷)'이다. 조정의 어전회의에 광주이씨 극()자 항렬 8명이 영의정에서부터 장·차관 벼슬까지 참석하고 있었다고 해서 생긴 표현이다.

  이씨들의 종가는 서울 정동(MBC가 있었던 자리라고 전해진다)에 있었다. 당시 임금인 성종은 이 종갓집의 지령이 좋아서 인물이 많이 나왔다고 판단하고, '내가 왕자를 너희 집에서 낳고 싶으니 집을 빌려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래서 왕자를 정동의 이씨 종가에서 낳았다. '환가탄생'(換家誕生·집을 바꾸어서 낳는다)이라는 고사가 생긴 유래이다.

  광주이씨들은 집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보니 숫자는 적지만 문중의 응집력은 아주 강하다. 신한국당 경선 후보로 광주이씨인 이수성씨가 나왔을 때 이 문중에서는 100억원의 기금을 미리 조성해 놓고 있었다고 들었다. 대선후보로 확정되면 곧바로 지원할 준비를 마쳤다는 것이다. 근래에 이 집안에서 자식농사를 잘 지은 사례가 야당 국회의원을 여러 번 지냈던 고이중재의원이다. 그 아들 3명이 모두 경기고와 서울대학을 나왔다. 큰아들 이종구는 행시에 합격하고 나서 2선 국회의원을 하고 있고, 둘째인 이종욱은 외국어대 교수, 셋째인 이종오는 판사를 하고 있다.

  정치를 하면서 어떻게 자식들 공부를 잘 시켰을까 하고 궁금했었는데, 이번에 나온 '사람은 따뜻한 시선으로 자란다'는 책을 보고 알았다. 이중재 부부가 1958년에서 71년까지 아들 3명을 키우면서 쓴 '자식교육일기'이다. 광주이씨 집안의 가풍이 격세유전(隔世遺傳)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