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와 종달새/
1.얌체 뻐꾸기와 줄탁동시
뻐꾸기 부부가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마주 바라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암 뻐꾸기가 예쁜 눈을 깜박거리며 물었습니다.
“올해는 알을 어느 새네 집에다 낳을까요?”
가만히 생각을 하던 수뻐꾸기가 대답했습니다.
“글쎄? 개개비,때까치,멧새,노랑할미새,종달새…….”
“작년에는 개개비네 집에서 길렀는데 올해는 종달새네 집이 어떨까요?”
“종달새가 시끄럽기는 해도 깔끔하긴 하지.수컷이 제 영역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둥지로 들어가기가 어려워서 문제지만.”
그렇습니다.종달새 수컷은 자기 세력 영역을 정해 놓고 삽니다.종달새 수컷이 수직으로 하늘 높이 솟아 올라가 ‘찌지쪼조조 어쩌구저쩌구’ 노래하는 것은 그 지역이 자기 구역이니 아무도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입니다.
남편 수뻐꾸기가 자리를 뜨면서 말했습니다.
“종달새 둥지가 어디 좋은 데가 있는지 알아보고 올게.”
아내 암 뻐꾸기가 상냥하게,
“알았어요.빨리 알아보고 오세요.알을 곧 낳아야 해요.”
수뻐꾸기는 종달새보다 높이 날아 풀숲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저기,저기가 좋겠어.”
숲속 종달새 둥지에는 종달새 알 네 개가 조르르 보였습니다. 마침 하늘에서 지저귀던 종달새 수컷도 먹이를 찾아 어디론가 가고 둥지는 아무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수뻐꾸기가 급히 달려가 암 뻐꾸기한테 알렸습니다.
“지금이 기회야,종달새 둥지가 비었고 알들만 있어.빨리 둥지로 가!”
암 뻐꾸기가 급히 날아 종달새 둥지로 갔습니다.그리고 알 네 개 가운데 하나를 발로 밀어서 밖으로 내보내 굴려버리고 그 자리에다 알을 낳아 네 개를 채웠습니다.
그러는 동안 수뻐꾸기는 암 뻐꾸기가 내보낸 알을 멀리 굴려다 숨겼습니다.눈 깜짝할 사이에 종달새 둥지에는 뻐꾸기 알이 자리를 잡았고 멀리 먹이를 찾아다니던 암 종달새가 돌아와 알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종달새는 자기 알이 바뀐 것도 모르고 숫자만 세고 자기 알로 알고 네 개의 알을 발로 굴리며 품었습니다.그러는 동안 수컷 종달새는 하늘 높이 올라 자기 영역을 지키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찌배 찌배 삐르르르 쪼르르 찌르찌르 쪼르르!”
암 종달새는 수컷이 물어다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알들이 깰 때까지 열이틀 동안 발로 굴리고 쓰다듬고 열심히 품었습니다.
열이틀이 지나자 알에서 새끼들이 부리로 얇아진 껍질을 콕콕 쪼며(啐啄同時라 함)머리를 내밀었습니다.그제야 품기를 마친 암 종달새가 날개를 활짝 펴고 소리쳤습니다.
“아아 해방이다!얘들아,이제 네 힘으로 까고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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