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내가 쓴 수필

향 기

한실25시 2022. 2. 22. 05:53

향   기

 

  새벽 4시도 되기전 어둠을 뚫고 자전거로 달리다보면 어느 구간에는 아카시아 향기가 은은하게 사람을 매혹시킨다. 6월 이맘때 쯤 되면 일부러 산엘 가지 않더라도 아카시아 향을 맡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그래서 이 구간은 일부러 천천히 폐달을 밟는다. 그윽한 아카시아향을 음미해 보고 싶어서이다. 나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가로수로 이 아카시아를 심을 수 없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이 향기가 새 아침을 여는데 힘을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연이 준 향기는 감미로운데 사람이 만든 향수 냄새는 왜 그렇게 나에게는 자극적일까? 일반적으로 여자들이 향수를 즐기는데 심한 사람은 온 몸에서 향수 냄새뿐인 경우도 있다. 나는 이상하게 향기에 약한 편이다. 그래서 대중 교통 수단을 이용할 때 이런 여자분을 만나면 피할 수밖에 없다. 버스라면 내려서 다른 버스로 환승하고 지하철일 경우에는 칸을 옮기고 만다.

 

  전문직에 있었을 때의 일이다. 동남아 여행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여행기간 중 내내 음식 때문에 고생을 한 적이 있다. 음식에 웬 향료를 그렇게 많이 넣었는지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요즘은 한국 관광객이 많아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조리를 한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그 때만해도 옛날이라 그런 배려가 없었기 때문에 힘들어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어려서 깻잎도 못 먹었다. 깻잎 향기 때문에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깻잎을 많이 먹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못 먹는 것이 있다. 남쪽 지방으로 가면 방앗잎으로 부침개를 해 주는데 그 향기가 얼마나 진한지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직도 그 방앗잎은 먹지 못한다. 또 있다. 추어탕집에 가면 산초가루가 있는데 그것도 못 넣는다. 대부분 사람들은 산초를 안 넣고 무슨 맛으로 추어탕을 먹느냐고 공격하지만 나는 아직도 못 먹는다. 향기에 약한 내 식성은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다.

 

  교직에 있는 동안 내내 어떻게 하면 아이들한테서 향기로운 사람 냄새가 나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가지고 나름대로 열정을 쏟았었다. 관리자가 되었을 때에는 학교 교육의 중점을 사람 냄새에 초점을 맞추어 운영해 보았다. 그네들이 정말 향기로운 사람 냄새를 피우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내가 알고 있는 장로님 중에 호가 심안이라는 분이 있다. 시인으로 등단하여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 분은 늘 겸손하다. 언제 봐도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한다. 그 동안 너무 부끄러운 삶을 살아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어떤 인연인지는 잘 모르지만 부산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재소자를 위하여 밤낮으로 기도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네들에게 본인이 쓴 시로 출판한 시집을 500권을 보냈고 그 후에 다시 요구가 있어서 자비로 찍어 150권을 또 보냈다고 한다.

이 장로님에게서 맡을 수 있는 향기는 진정 자연의 향이다. 본인도 어려운 형편 속에서 지내지만 남을 배려하고 나눔을 몸소 실천하는 진정한 신앙인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그리도의 향기를 내뿜고 있는 자체가 진정한 전도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에게 은은한 향기를 풍기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향을 즐기면서 서로 어울려 사는 삶이었으면 참 좋겠다.

언제, 어디서 맡더라도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그런 사람이 많은 사회에서 살고 싶다. 그래서 나부터 이제 인공적인 향이 아니라 자연적인 향을 만들어가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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