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내가 쓴 동화

왜 저만 미워하세요?

한실25시 2022. 2. 22. 06:11

<우리 할아버지가 지은 동화 4>

왜 저만 미워하세요?

경철이는 한 번도 새 옷을 입어 본 적이 없습니다. 형인 경민이가 입었던 옷을 물려받아 입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철이는 부러운 것이 있습니다. 친구들이 새 옷을 입고 오면 그것이 가장 부럽습니다.

엄마, 이번 추석에는 저도 새 옷 한 벌 사주실래요?”

경철이는 엄마한테 아양 떠는 말로 사정했습니다.

새 옷은 무슨 새 옷? 형이 입었던 옷이 얼마나 많은데. 아주 비싼 거야.

이 작아서 못 입은 것뿐이야.”

싫어요. 싼 것이라도 좋으니까 새 옷을 입고 싶단 말이에요.”

그렇지만 엄마는 경철이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집에는 형이 왕이란 말이야.’

경철이는 불만스런 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먹을 것이 있어도 형이 우선입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토요일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자장면을 먹기로 하였습니다. 시키자마자 자장면은 곧 배달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형은 엄마 심부름을 가고 집에 없었습니다.

엄마, 자장면이 다 불겠어요. 먼저 먹으면 안 돼요?”

형이 곧 올 거야. 오면 같이 먹자.”

그렇지만 심부름을 간 형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습니다. 경철이는 입이 튀어 나왔습니다. 자장면은 식으면 불어나서 맛이 없는데 한없이 기다려야 한다니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엄마, 심부름 다녀왔습니다.”

형이 돌아온 것은 자장면이 배달된 지 30분이 지나서였습니다. 자장면은 불어서 떡이 되고 말았습니다. 경철이는 먹다말고 신경질을 내며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습니다.

 

어느 날 오후였습니다.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렸습니다.

경철이 어머님이세요? 저 경철이 담임입니다.”

스승님, 그런데 웬 일이세요?”

다름이 아니라 경철이가 체육 시간에 철봉에서 운동을 하다가 그만 떨

어져 팔이 부러졌어요.”

? 우리 경철이가 많이 다쳤나요?”

아닙니다. 그렇게 염려할 정도는 아닙니다.”

경철이 어머니는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경철아! 괜찮니?”

엄마, 저 괜찮아요. 남자가 이 정도 가지고는 걱정을 안 해도 돼요.”

  경철이는 어머니가 걱정하실까봐 일부러 씩씩하게 말했습니다.

경철이 어머니는 다친 팔을 만지면서 한 동안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경철이 어머니는 경철이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었습니다.

경철아!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말해.”

아니에요, 엄마! 엄마만 곁에 계시면 제가 행복해요.”

미안하다, 경철아! 항상 형만 챙겨서 네가 기분이 나빴을지도 모른다.

렇지만 형은 우리 집 장손이잖니!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인단다.”

아니에요, 엄마!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있는 줄 아니? 형은 이뻐하고 동생은

미워한다는 생각을 한 것은 잘못이야.”

, 엄마! 항상 형만 챙겨서 어떤 때에는 서운한 적도 있었어요.”

그랬구나! 내 아들이. 그렇지만 경철이는 자랑스런 내 아들이잖니? 엄마의

사랑은 형이나 너나 한 치도 틀림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엄마! 이젠 그런 생각을 안 할게요.”

경철이는 오랜만에 호강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프니까 대우가 좋아져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병실에서 엄마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경민이니? ?”

엄마 지금 어디 계세요? 밥 좀 차려주면 안 되나요?”

지금 너의 동생이 다쳐 병원에 입원하고 있다.”

아니! 제 동생이 병원에 있다고요?”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네가 밥을 챙겨 먹도록 해라.”

하시면서 전화를 뚝 끊으셨습니다. 이렇게 형에게 무뚝뚝하게 한 것을 본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형이 야단맞는 것을 보니까 고소하기까지 하였습니다. 형은 언제고 야단 한 번 안 맞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늘 이렇게 형이 무안을 당한 것을 보고 속으로 느낀 점이 있었습니다.

나만 미워한 것이 아니었구나!’

엄마는 전화를 끊자 다시 경철이의 다친 팔을 조심스럽게 만져 주었습니다. 경철이는 기분이 더 좋아졌습니다.

열 손가락을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습니다.

엄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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