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내가 쓴 동화

할머니를 위한 우유 한 팩

한실25시 2022. 2. 27. 11:05

<우리 할아버지가 지은 동화 6>

할머니를 위한 우유 한 팩

  “요즘은 날씨가 더우니까 우유를 받자마자 바로 먹어야 해요.”

  담임 스승님께서는 우유 먹는 것을 확인한다고 하셨습니다.

  “우유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신 다음에 이렇게 머리 위에다 이 팩

   을 올려놓도록 해요.”

하시면서 승님께서 손수 시범을 보이셨습니다.

 

  경철이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설사를 했기 때문에 우유를 마시기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슬그머니 책상 서랍 속에다 넣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스승님께서 보신 것입니다.

  “경철이는 왜 우유를 안 마시는 거지?”

  “스승님! 사실은 제가 배가 아파서 먹기 싫어요.”

 

  “그래? 그러면 양호실 냉장고에 갖다 넣어 두었다가 배 아픈 증상이 가시면

   오후에 먹도록 해라.”

  경철이가 다니는 학교는 서울 변두리에 있는 학교입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우유를 먹는 아이들이 한 반에서 반도 안 됩니다. 사실 경철이도 우유를 못 먹을 형편이지만 할머니께서 굳이 우유는 먹어야 한다고 매번 우유 값을 챙겨 주시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먹고 있는 것입니다. 손자 하나 있는 것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계신 할머니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우유가 좋다는 것을 알고 계시기에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먹이고 싶었던 것입니다.

 

  경철이는 할머니와 단 둘이서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경철이가 2학년 때 농약 중독이 되어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마저 병이 나서 치료도 한 번 변변히 받아보지 못하고 그 이듬해에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경철이는 할머니만을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경철이를 하늘같이 귀한 손자라고 생각하고 키웁니다. 품팔이를 해서라도 손자 경철이만은 잘 가르쳐 보고 싶어 하십니다. 그래서 어려운 살림을 하면서도 손자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요즘 앓아누워 계십니다. 나이가 드셨는데도 일을 많이 하셔서 무리가 되었나 봅니다. 경철이는 할머니가 누워 계셔서 걱정이 많습니다. 이 세상에 한 분밖에 없는 할머니인데 돌아가시면 어떡하나 하는 불길한 생각까지 들기도 합니다.

  ‘할머니가 저렇게 앓고 계신데 내가 밥이라도 해야지.’

  경철이는 처음으로 밥을 해서 할머니께 드렸습니다.

  “네가 밥을 어떻게 했니?”

   “저도 잘 할 수 있어요. 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진지 드시고 이 우유도

    잡수세요.”

   “웬 우유니? 네가 먹어야 할 것을 이 할미 주려고 안 먹고 가져 온 거 아니냐?”

   “아니에요. 할머니! 어서 드세요.”

  할머니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으나 몸이 불편해서 더 따져 묻지는 않았습니다.

  오늘도 우유 먹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경철이는 배가 아프다는 핑계로 일주일째 우유를 먹지 않았습니다. 담임 스승님이 봐도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던지 경철이를 불렀습니다.

  “, 지금 일주일 동안이나 배가 아프다고 우유를 먹지 않고 있는데 그것이

   사실이니?”

  “, 오전에는 배가 아픈데 오후가 되면 괜찮아지거든요. 그래서 양호실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오       후가 되면 먹어요.”

  “, 그래. 잊지 말고 꼭 챙겨서 우유를 마시도록 해라.”

  그렇게 말은 했지만 스승님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 니다.

  경철이는 오후에 공부가 끝나자마자 급히 양호실로 가서 우유를 꺼내 얼른 가방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할머니께 시원한 우유를 드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순식간에 집에 도착했습니다.

  “할머니, 다녀왔습니다.”

  “오냐, 어서 오너라.”

  할머니의 목소리는 아직도 힘이 없었습니다.

  “할머니, 이 시원한 우유 마셔야지요.”

  “아니, 그렇잖아도 너에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도대체 이 우유가 어디서 났

  단 말이냐?”

  “네가 마실 것을 안 마시고 가져온 거, 맞지?”

  “아니에요, 할머니.”

  “그렇게 얼버무리지 말고 어서 말해 봐라.”

  “할머니, 사실은 할머니께서 편찮으시다고 우리 담임 스승님께서 특별히 한

  개를 더 주신 거예요.”

  그 말을 문 밖에서 담임 스승님이 다 듣고 계셨습니다. 경철이의 행동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기 때문에 경철이 몰래 경철이 집까지 미행을 했던 것입니다.

  “짜아식! 착하기도 해라. 할머니를 위해 자기가 먹을 우유를 안 먹고 갖다

  드리다니!”

  담임 스승님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흐뭇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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