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내가 쓴 동화

청 국 장

한실25시 2022. 2. 24. 05:09

<우리 할아버지가 지은 동화 5>

청 국 장

  이상한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합니다. 바로 청국장을 끓이는 냄새입니다.

  그러나 민성이는 그 냄새가 오히려 고소하였습니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민성이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을 하였습니다. 어려서부터 몸이 약한 민성이는 감기도 잘 걸리고 걸핏하면 아파서 결석을 자주 했습니다. 키는 자기 반에서 제일 작았습니다. 그래서 반 친구들이 꼬맹이라고 불렀습니다. 민성이는 그 소리가 가장 듣기 싫었습니다.

 

    민성이가 입학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때였습니다. 특별하게 많이 아프지는 않았지만 시름시름 앓아 누워 있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면 특별한 병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민성이 어머니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아들이라고 하나 있는 것이 저렇게 몸이 약하고 자주 아프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는 뒷집에 사시는 보람이 엄마가 민성이 집을 찾아왔습니다.

  “민성이 어머니! 민성이가 그렇게 아파서 걱정이 되겠네요.”

 “글쎄 말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이 없네요.”

  “속는 셈 치고 내 말을 좀 들어볼래요?”

  “무슨 말씀인데요. 어서 해 주세요.”

  지푸라기라도 있으면 붙잡고 싶은 심정으로 민성이 어머니는 귀가 솔깃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밤골에 가면 도사 할아버지가 계시지 않소?”

  “저도 알아요. 그런데요?”

  “그 할아버지한테 한 번 보여보면 어떨까요?”

  “그 할아버지가 뭘 알아요?”

 “그런게 아니라 그 할아버지는 모든 병을 음식으로 처방을 한다네요.”

  “그래요? 그렇다면 한 번 가 볼까요?”

 

  민성이 어머니는 그 도사 할아버지를 당장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증상을 말했더니 허허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청국장을 먹이세요. 그보다 좋은 다른 약이 없습니다.”

  “저는 청국장을 만들지 못하는데요. 사다 먹이면 안 되나요?”

 “절대 안 됩니다. 반드시 어머니가 만든 청국장이어야 합니다.”

  민성이 어머니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청국장을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자식이 건강해질 수만 있다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만드는 방법을 반드시 익혀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민성이 어머니는 친정으로 갔습니다. 민성이 외할머니께 청국장 담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였습니다.

 

  민성이에게 아침에도 저녁에도 청국장을 먹였습니다. 처음에는 냄새가 난다고 싫어했습니다. 그러나 차츰 민성이도 청국장을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더구나 학교에서 된장이 좋다는 말을 듣고 온 뒤부터는 더욱 더 청국장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민성이가 아파서 누운 횟수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얼굴에는 핏기가 돌았으며 성격도 밝아졌습니다.

  “우리 민성이가 청국장을 잘 먹더니 아주 건강해졌네!”

  “그런 것 같아요. 콩이 좋다는 것을 우리 스승님께 배웠는데 정말 그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그렇지? 우리 민성이가 학교를 다니더니 참 유식해졌네!”

  “엄마, 그런데 이번 2학기에 밖에서 줄을 섰는데 제가 중간쯤 되었어요.

  래서 아이들이 날 보고 이제 꼬맹이라고 하지 않아요.”

  “정말 좋겠구나! 네가 제일 싫어하는 소리를 안 듣게 되었으니 말이다.”

  “키가 작은 우리 반 친구들에게 된장이나 청국장을 먹으라고 권했어요.”

그래, 참 잘 했다. 콩으로 만든 음식처럼 좋은 보약이 또 어디 있겠니

  “엄마, 이제 두부와 콩나물도 사 오세요. 콩이 저를 살렸잖아요. 그래서 콩이 든 음식을 많이 먹으려      고   합니다.”

  “그래라. 우리 아들이 이렇게 쑥쑥 커 가는데 뭣인들 못해 주겠니?”

  오늘 저녁에도 민성이 집에서는 청국장 끓이는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합니다. 그렇게 맡기 역겨웠던 청국장 냄새였는데 이제는 코를 연신 벌름거리면서 냄새를 맡으러 다닙니다. 청국장 냄새에 어머니 냄새까지 섞여져서 구수하기 그지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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