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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36. 달은 거짓말을 못한다.

한실25시 2023. 10. 3. 14:40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36. 달은 거짓말을 못한다.

심청전……?”

심청전이나 춘향전, 흥부와 놀부전 못 읽어 보았어?”

승빈은 멋쩍게 머리를 긁적거리며 딴청을 부렸습니다.

그런 구식 이야기 하지 말고 뭐 재미있는 이야깃거리 없어?”

좋아, 그럼 하나 물어볼게. 다섯 빼기 셋은?”

그게 무슨 문제야?”

대답해 봐, .”

둘이지 뭐.”

둘이 뭔데?”

.”

내가 묻는 뜻은 그런 게 아닌데. 그 뜻을 생각해 봐.”

뜻이 어디 있어 둘이지, 2.”

,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오해가 있어서 상대를 미워하게 될 때는 세 번만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거야. 그러면 답 이가 이해된다는 말이래. 사람은 오해로 감정 상할 때가 있는데 상대의 입장에서 세 번만 생각하면서 이해가 된다는 거야. 알았어?”

그렇게 말하니까 그럴 듯한데.”

하나 더 물어볼까? 사 더하기 사는?”

.”

그렇게 말고.”

뭘까……?”

사는 사랑인데 사랑에 사랑을 보태면 팔, 팔자가 바꾸어진다는 말이래, 호호호.”

렌은 별걸 다 아네?”

모르는 거 빼놓고 다 알지롱!”

점점…….”

점점?”

렌은 알수록 점점 진짜 한국사람 같아.”

내가 세상에 나서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살았는데 한국사람 아닌가?”

쉬운 이야기만 하면 좋겠어.”

무슨 이야기를 할까? 달님 이야기도 있고 별님 이야기도 있는데…….”

달보다는 별 이야기가 더 좋을 것 같은데.”

별들은 슬픈 눈빛이야. 그래서 별에는 슬픈 이야기가 많아. 그래서 안 좋아.”

달은?”

달은 거짓말을 못하고 솔직하거든, 호호호.”

그게 무슨 소리야?”

렌이 승빈한테 달라붙어 어깨에 얼굴을 얹으며 말했습니다.

저 그림자 봐.”

달은 두 사람이 정답게 하나가 된 그림을 그렸습니다. 승빈이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몸을 움직였습니다. 그러자 렌이 가늘고 예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가만있어. 그림자 떨어져.”

승빈은 겁이 나고 가슴이 뛰었습니다. 어른들이 보기라도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잔디밭에 렌의 머리가 승빈의 어깨를 감싼 그림자가 꼼짝도 않았습니다. 하얗고 귀여운 이마가 승빈의 귀에 닿아 따듯했습니다. 겉으로는 겁이 나는데 가슴으로는 그렇게 오래오래 있고 싶었습니다. 렌이 속삭이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 달은 거짓말을 못해. 그림자가 우리 모양을 그려놓았잖아?”

…….”

이럴 때 렌의 엄마나 아빠가 보시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승빈은 초조했습니다. 그러나 렌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림자가 떨어지면 안 된다고 꼼짝 않았습니다.

그림자 예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