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64. 베르사유 거울의 방
“정확히는 모르지만 한국 전체 관광으로 벌어들이는 수입보다 여기서 버는 수입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승빈 아빠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그렇겠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관광 유적지가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한국에도 많았지만 전쟁과 주변 강대국의 강탈로 손상된 것이 많지요.”
“어찌 그런 것까지 아십니까? 외모만 다를 뿐 한국 사람이 다 되셨습니다.”
“말도 잘하지 않습니까, 하하하.”
“고맙습니다. 이런 좋은 곳에서 한국어를 하시는 훌륭한 가이드를 모시게 된 것은 행운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입장권을 가지고 두 가족이 줄을 서서 궁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렌이 승빈한테 물었습니다.
“이런 궁전 처음이지, 빈?”
“물론, 그렇지만 베르사유 궁전은 너무 유명해서 책에서 읽어서 알고 있어.”
“그래? 그럼 아는 대로 말해 볼래?”
그 소리에 승빈이 무슨 말을 할까 하고 어른들도 눈길을 모았습니다. 승빈이 책에서 본 대로 말했습니다.
“이 베르사유 궁전은 프랑스 대혁명의 한 무대를 장식하기까지, 신에서 왕으로 왕에서 서민으로 이어지는 권력의 이동을 지켜본 역사적 현장이라고 해. 1783년 미국 독립전쟁 후 미국과 프랑스가 맺은 조약, 1871년 독일제국선언, 1919년 제1차세계대전후 평화조약 체결 등이 베르사유궁전에 있는 ‘거울의 방’에서 이뤄졌다는 거야. 역사의 변화를 증언하는 궁전이라고 해.”
렌 아빠가 놀랍다는 듯 말했습니다.
“대단하구나. 책을 달달 외우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승빈 엄마를 향해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들을 멋지게 낳아 잘 기르셨습니다. 독서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느꼈습니다.”
승빈 엄마도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과찬이십니다. 그런데 저 애가 그런 것까지 알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이제 책을 많이 읽어야겠습니다.”
렌 아빠가 큰 유리창 밖 광장을 내다보며 설명했습니다.
“이 건물이 중심 궁정이고 궁정 우측 북쪽 날개 같은 건물이 보이시지요. 궁정 좌측 남쪽 날개 앞으로 나온 우측이 장관용, 북쪽 우측 옆이 교회 건물입니다. 한국식으로 하면 왕 양 옆에 영상급(국무총리와 부총리)이 있고 그 앞에 양쪽으로 도열하여 지은 건물이 판서(장관)의 좌석과 비슷한 것입니다.”
궁전이 크기도 하지만 관광객이 구름떼같이 많이 몰려들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데 1시간 정도 걸리고 입장권 사는데 2시간이 걸렸습니다. 입장료는 40유로 우리 돈 6만원. 궁전 앞으로 긴 줄이 꺾이고 돌아 연결되었고 가까스로 입장한 복도같이 생긴 전시관에는 사람들이 와글와글 줄을 이어 있었습니다.
승빈이 같이 어린 가슴에도 궁전이 부러웠습니다.
‘아! 우리나라에도 이런 유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렌 아빠가 설명을 계속했습니다.
“궁전 자체도 예술적이지만 조경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이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후원)은 꼭 한번 와 볼만한 곳입니다. 노트르(Andre Le Notre)가 설계한 이 후원은 태양왕을 상징하는 방사선 도로로 꾸며졌으며, 총 길이가 1km나 되는 정원입니다. 그러니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기도 합니다. 베르사유 궁전은 정원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만큼 건물도 대단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원도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