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내가 쓴 동화

어머니! 김치에 밥 좀 주세요

한실25시 2024. 7. 24. 22:28

<효행 동화 28>

 

어머니! 김치에 밥 좀 주세요

  미진이의 별명은 멋쟁이입니다. 언제봐도 차림이 깔끔합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입니다.

그런데 미진이에게도 결점은 있습니다. 허풍을 잘 떠는게 흠입니다. 그리고 자기보다 공부를 잘못하는 친구들을 업신여기기도 합니다. 또 복장이 지저분하면 아예 상대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친한 친구가 없습니다.

미진이의 흠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밥 투정, 반찬 투정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그래서 항상 어머니로부터 꾸중을 많이 듣습니다.

 

  미진이네 반에서는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을 조사하였습니다. 미진이는 좋아하는 음식을 첫째 햄버거, 둘째는 피자, 셋째는 치킨으로 꼽았습니다. 그리고 싫어하는 음식은 첫째가 김치, 둘째는 된장국, 셋째는 나물이라고 썼습니다. 미진이는 한국 사람인데 한국 음식은 싫어하고 서양 음식을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엄마, 오늘 학교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써라고 했어요.”

그래? 넌 무엇 무엇을 썼니?”

당연히 햄버거와 피자를 썼지 뭐.”

한국 사람은 한국 음식을 좋아해야 하는거야. 그런데 너는 좋아하는 음 식 중에 한국 음식은 하나도 없네!”

햄버거와 피자가 맛있는 걸 어떡해요?”

그래? 그렇게 맛있니?”

그럼요. 날마다 저는 햄버거와 피자만 먹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미진아! 신토불이란 말 들어보았니?”

물론 들어봤지요.”

무슨 뜻인줄도 알고 있니?”

그럼요. 한국 사람에게는 한국 음식이 맞는다는 뜻이지요?”

그렇지. 우리 나라 사람들의 창자가 서양 사람보다 길다는 것도 알고 있니?”

그것은 잘 몰랐는데요. 왜 그렇지요.”

우리 한국 사람은 주로 채소를 많이 먹기 때문에 창자가 길고 서양 사 람들은 고기를 많이 먹기 때문에 창자가 짧단다. 고기의 찌꺼기가 우 리 몸에 오래 머물고 있으면 각종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에 몸 밖으로 빨 리 배출해야 하기 때문에 서양 사람들은 창자가 우리보다 짧단다.”

미진이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미진아! 아침 먹어라.”

, 엄마! 아니? 그런데 아침부터 웬 햄버거를 주시는 거에요?”

네가 좋아하는 음식이잖아? 그래서 오늘부터 아침에는 햄버거, 저녁에 는 피자를 줄테니 그렇게 알아라.”

! 신난다. 엄마 정말 감사합니다. 역시 우리 엄마는 최고란 말이야.”

미진이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우리 엄마처럼 자식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미진이는 아주 맛있게 햄버거를 먹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학교엘 갔습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더니 모두 다 무척 부러워하는 눈치였습니다. 미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햄버거와 피자를 날마다 먹게 되어 행복감에 빠져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피자와 햄버거를 먹기 시작한 지 딱 2주일이 지났습니다. 아침에 햄버거를 먹으려고 하는데 고기 냄새가 비위를 상하게 하였습니다. 평소에는 고소한 냄새였는데 오늘 아침에는 역겨운 냄새가 났습니다. 입맛이 떨어져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저녁에 피자를 먹으려니까 똑같은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햄버거와 피자에 물렸나봅니다. 그 이튿 날 아침에는 정말 구역질이 나서 도저히 햄버거를 먹을 수 없었습니다. 평생 동안 먹어도 물릴 것 같지 않았던 피자가 이제는 보기조차 싫었습니다.

 

엄마, 이제 햄버거와 피자 그만 먹을래요.”

? 네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데?”

엄마, 이제야 신토불이란 말이 정말 실감이 나는데요.”

안 된다. 너는 그 동안 밥 먹을 때마다 투정을 했잖니? 그래서 네가 좋 아하는 음식으로 일생 동안 먹여 주려고 했는데 벌써 싫증을 내다니.”

엄마, 용서해 주세요. 이제 밥 투정, 반찬 투정을 절대 안 할게요. 엄마, 김치에다 밥 좀 주세요.”

그럼, 엄마와 약속해. 앞으로는 식탁에서 반찬 투정 하지 않기로 말이 다.”

엄마는 손가락을 내밀었습니다. 미진이는 엄마와 손가락을 걸고 굳게 약속을 했습니다. 미진이는 그 동안 음식 때문에 엄마에게 불효한 것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미진이는 저녁부터 김치에 밥을 먹을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침이 꿀꺽 삼켜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