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글

도둑을 감동시킨 선비

한실25시 2025. 2. 6. 19:50

도둑을 감동시킨 선비

 

​​ 홍기섭(洪耆燮,(1781~1866)은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학자로

본관은 남양(南陽)이다.

​ 그는 젊은 시절 아침을 먹고 나면 저녁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궁핍하였지만 청렴하기론 감히 그를 따를 자가 없었다.

​당시 그의 일화는 청구야담, 명심보감에 실려 후세에게 많은 교훈과 감동을 주며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홍기섭이 참봉으로 임명되어서 종로구 계동의 윗마을에 살았는데, 어느 날 그의 집에 도둑이 들었다.

​ 집안에 들어온 도둑은 아무리 둘러봐도 훔쳐갈 만한 게 없자 솥단지라도 떼어가겠단 마음으로 부엌으로 향했다.

방안에서 인기척 소리를 들은 홍기섭의 부인은 도둑이 부엌에 들어와 솥단지를 떼려고 한다며 남편에게 귓속말로 속삭이자,

​홍기섭은

"그것을 떼어가려고 하는 것을 보니 우리보다 더욱 형편이 어려운 사람인 것 같소 그냥 가져가도록 하십시다"

하면서 태연하게 다시 잠을 청했다.

​부엌에 든 도둑은 솥단지를 떼가려고 솥뚜껑을 열보니, 한동안 밥을 해먹은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집주인이 측은하고 가엽단 생각을 하게 된 도둑은 낮에 다른 데서 훔친 일곱 냥의 엽전 꾸러미를 솥단지 속에 넣어두고 나왔다.

​이튿날 아침에 홍기섭의 부인이 부엌에 들어가 보니 떼어간 줄로만 알았던 솥단지가 제자리에 있을 뿐만 아니라 솥안에 누런 엽전까지 들어 있는 게 아닌가.

부인은 이는 필시 하늘이 우리 부부를 불쌍히 여겨서 내려준 것이 분명하니

​ 우선 땔나무와 식량이며 고기를 사면 어떠냐고 남편에게 묻자 홍기섭은 정색을 하면서 아내를 나무라는 것이었다.

​​이게 어찌 하늘이 내려 준 것이겠소? 이 돈은 틀림없이 잃어버린 자가 있을 터이니 ​돈의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가 돌려주는 게 좋겠다며 돈을 잃어버린 사람은 빨리 와서 찾아가기 바란다고 방을 써서 대문에 붙였다.

​이윽고 해가 질 무렵이 되어 지난밤 그 도둑이 선비네 집의 동정도 살펴볼겸 왔다가 대문에 써 붙인 글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어 홍기섭 부인에게 물었다.

이 집이 누구 댁이오?"

​"홍참봉 댁이오.“

라고 대답하자, 다시 도둑이

“저기 대문에 써 붙인 글은 무슨 뜻이오?”

라고 물었다.

이에 부인은 그간의 이야기를 소상히 알려주자 도둑은 무엇인가를 결심을 한듯 홍참봉을 만나 뵙기를 청하였다.

​ 홍기섭을 만난 도둑은 바닥에 엎드려 공손하게 절을 올리고 자신이 어젯밤에 들렸던 도둑임을 밝혔다.

“남의 집 솥안에 돈을 잃어버릴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라면서 자신이 돈을 놓고 가게 된 사연을 자세히 설명하고 정중하게 돈을 받아줄 것을 청하였다.

그러자 홍기섭은

"나의 물건이 아닌데 어떻게 갖겠는가 당장 가져가기 바라네“

라며 완강히 거절하였다.

​도둑은 오늘 비로소 양반다운 양반을 보았다며 앞으로 절대 도둑질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여 도둑질 습관을 고치고 홍참봉의 하인이 되기를 자청했다.

이같은 인연으로 인하여 홍기섭과 도둑은 서로 상부상조하며 서로의 가세(家勢)를 불려갔다.

​이후에 홍기섭의 손녀가 헌종(憲宗)의 계비가 되었고 아들 홍재룡(洪在龍)은 익풍부원군이 되었다.

​ 홍기섭 또한 벼슬이 공조판서에 이르렀고 유씨 성을 가졌던 도둑 역시 많은 덕을 쌓아서 유군자로 불리게 되었다.

​ 하품하는 사이에 금니빨을 뽑아가는 세상 우리 모두에게 홍기섭의 염결(廉潔)과 의연함이 요구된다.

 

[출처]도둑을 감동시킨 선비|작성자 세정 이정화

 

'여운이 있는 글방 >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직이 가져다 준 선물  (0) 2025.02.11
♡얼룩진 마음을 아름답게  (0) 2025.02.10
무괴아심(無愧我心)  (0) 2025.02.04
마음과 마음  (0) 2025.02.03
설의 뜻  (0) 2025.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