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내가 쓴 수필

손 전화 알레르기

한실25시 2022. 4. 4. 19:04

손 전화 알레르기

 

  ‘! 내가 잠이 들었나?’ 하도 시끄러운 소리나 나서 눈을 떴다. 835분에 떠나는 청양 가는 버스를 탔는데 9시가 조금 넘었다. 그러니까 한 30분 동안 눈을 붙였나 보다.

  깨어 보니 바로 내 옆에 앉은 사람이 큰 소리로 핸드폰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소리에 잠을 깬 것이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것 같은데 웬 전화를 그렇게 큰 소리로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그렇지만 시비를 걸 수도 없어서 꾹 참고 있으려니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내가 얼굴을 빤히 쳐다봐도 아랑곳하지 않은 영감이 괴씸하기까지 하였다.

 

  버스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승객들은 인상을 쓰고 있으면서도 아무도 제지를 하지 못하였다. 청양가는 길이 초행이라 버스에서 내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제 끊어요.’라고 해 놓고 또 계속하고 ‧‧‧‧‧‧. 무려 다섯 번이나 반복하는 말이다. 1015분이 되니까 전화가 끝났다. 한 시간 15분 동안이나 통화를 하였다.

, 미치겠다. 돌아버릴 지경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렇게 인내해 보는 것은 처음이다.

 

  전철을 이용하다 보면 옆에 사람이 큰 소리로 핸드폰을 하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그럴때면 나는 다른 칸으로 이동을 해 버린다. 왜 그렇게 짜증이 나는지 모르겠다. 핸드폰 알레르기가 있는가? 왜 그렇게 민감한 지 모르겠다. 내가 비정상인가를 생각도 해 보았다. 저 사람들은 핸드폰 없을 때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공공 장소를 자기집 안방으로 착각한 것이 아닌가?

 

  나도 이따금씩 전절을 이용하는 동안 전화가 걸려온 경우가 있다. 나는 조용히 입을 가리고 작은 목소리로 지금 전철 안입니다. 내리면 전화드릴게요라고 전화를 끊는다.

 

  도대체 공공 장소에서 그렇게 전화를 큰 소리로 한 사람은 어떤 배짱이란 말이냐? 전화 목소리가 몇 대시벌 이상이면 전화가 자동적으로 꺼져버린 핸드폰을 개발해서 보급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다. 유난히도 큰 전화 소리에 민감한 것이 병이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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