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시 216

늘, 혹은 때때로 / 조병화

늘, 혹은 때때로 / 조병화 늘, 혹은 때때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 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적적히 비어있는 이 인생을 가득히 채워가며 살아 갈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까이, 멀리, 땨로는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그 곳에서라도 끊임 없이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리워 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지금, 내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명확한 확인 인가 아, 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 노을인가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벗이여 !!

달빛 기도 한가위에 / 이해인

달빛 기도 한가위에 / 이해인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 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마음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반응하지 않기/유지나

반응하지 않기..☆ 나쁜 일이 생겨나면 지나가게 놓아두세요 불쾌한 일이 찾아오면 흘러가게 풀어주세요 힘든 일이 일어나면 스쳐가게 가만두세요 어떤 일이 일어나든 반응하지 않으면 떠나가고 무슨일이 생겨나든 저항하지 않으면 괜찮아집니다 반복해서 나쁜일이 일어나는 건 내가 그 일에 집착하기 때문이고 그 일에 얽매여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버지 /강시진

우리 아버지 /강시진 난 마트로 에어컨 쐬러 간다 구경할 것도 많고 공짜로 시원하고 참 좋다. 난 지하철 타고 에어컨 쐬러 간다. 세상 돌아가는 구경도 하고 공짜로 종착역까지 왔다갔다 한다. 꼭 시원한 곳을 찾아가는 것일까 공짜가 좋아서 천만에 젊은 날의 사람이 그립다. 사람이 그립다. 오늘도 그리워서 정처 없이 걷는다 외로워서 마트로 향하고 외로워서 지하철을 타고 종착역 서너번 씩 왕복한다. 오늘도 조용히 대문을 열고 소리없이 길을 나선다. 가는 곳이 어딘지 발 닿는 곳으로 아들딸들이 걱정할까 봐...

나를 키우는 말 / 이혜인

나를 키우는 말 / 이혜인 ​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해서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이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출처 이해인 시집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중에서 [출처] 출처 시인 이혜인 수녀 나를키우는말|작성자 초록우체통

돌부리 덕분에 - 정외숙

[돌부리 덕분에] - 정외숙 익숙한 산책로 혼자 걷다 작은 돌부리에 박자가 뒤엉켜서 우스꽝스럽게 나자빠지고 말았다 넘어진 채 무릎 부여잡고 원망스러운 눈으로 내가 어찌할 수 없으니 꼬여버린 발걸음이 문제였어 돌부리 딛고 일어나 큰 눈으로 왔던 길 뒤돌아 보았다 숲에 가려져 못 본 하늘 보이고 나무 위 못 보았던 새집 보이고 그동안 못 봤던 새로운 모습이다 고맙기도 한 돌부리 우리 삶에 평탄함만 있으랴 가던 길 계속 가는 거야 딛고 서서 뒤돌아 본 하늘 가슴속에 피어나는 작은사랑 같기도 해라

한평생-시인 / 반칠환

😌한평생😌 -시인 / 반칠환 요 앞,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 때 사춘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했으며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외쳤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미루나무 밑에서 날개를 얻어 칠일을 산 늙은 매미가 말했다. 득음도 있었고 지음이 있었다. 꼬박 이레 동안 노래를 불렀으나 한 번도 나뭇잎들이 박수를 아낀 적은 없었다.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춤출 일 있으면 내일로 미뤄두고 노래할 일 있으면 모레로 미뤄두고 모든 좋은 일은 좋은 날 오면 하고 미뤘더니, 가뿐 숨만 남았구나. 그 즈음 어느 바닷가에선 천 년을 산 거북이가 느릿느릿 천 년째 걸어가고 있었다. 모두 한평생이다.

삶의 다짐

🌹 삶의 다짐🌹 -정연복 나는 참 미약한 존재라서 내 사랑도 작고 보잘것 없지만, 그래도 그 사랑 알뜰살뜰 키워 주변을 따뜻이 품는 아름다운 생을 살아가리~ 아침이면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에 감사하며 늘 기쁜 마음 밝고 명랑한 기분으로 지상의 여행길 사뿐사뿐 걸어가리~ 길을 가다 마주치는 꽃들에게 다정히 인사하고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 보석같이 여기며 하루하루 살아가리 이름 없는 사랑의 순례자 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