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 나태주 11월 / 나태주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 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겠습니다 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시 2023.11.19
가장 넓은 길 / 양광모 가장 넓은 길 / 양광모 살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원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눈에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요,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묵묵히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우다 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시 2023.11.18
가을 - 윤보영 가을 - 윤보영 뭐 별 것 있나요 좀 좋다 생각하면 따뜻한 커피 한 잔이면 되고 좀 외롭다 생각되면 그대 생각하면 되는데 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시 2023.11.11
나는 아직도 / 박재삼 나는 아직도 / 박재삼 나는 아직도 꽃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찬란한 노래를 하고 싶습니다만 저 새처럼은 구슬을 굴릴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놀빛 물드는 마음으로 빛나는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만 저 단풍잎처럼은 아리아리 고울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빈 손을 드는 마음으로 부신 햇빛을 가리고 싶습니다만 저 나무처럼은 마른 채로 섰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무언가를 자꾸 하고 싶을 따름 무엇이 될 수는 없습니다 [출처] 나는 아직도 / 박재삼|작성자 하나라 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시 2023.11.11
가을/최송자 가을/최송자 세월만 가라,가라 그랬죠 그런데 세월이 내게로 왔습니다. 내 문간에 낙엽 한 잎 떨어뜨립디다. 가을입니다. 그리고 일진 광풍처럼 몰아칩디다. 오래 사모했던 그대 이름 오늘 내 문간에 기어이 휘몰아 칩디다. 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시 2023.11.09
낙엽이나에게 묻더라-신동현/시인, 문학평론가 낙엽이 나에게 묻더라 -신동현/시인, 문학평론가 낙엽이 자기가 갈 길을 모르겠느냐고 가야 할 길을 알아도 낙엽은 묵묵히 간다 가장 화려했던 시절을 자랑하는 낙엽도 없다 낙엽은 떨어지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다 가을비로 영혼을 닦으면서 날아가는 낙엽중 할 말이 없는 낙엽이 있겠느냐 아프지 않은 낙엽이 있겠느냐 낙엽은 날아가면서도 첼로 소리를 낸다 그런 낙엽은 저 투명한 시간 속에서 어디로 가는가 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시 2023.11.02
단풍 드는 날 /도종환 단풍 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를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ㅡ제1회 한용운 문학상 공동시선집 《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샘문, 2021. 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시 2023.11.01
-어디일까 / 용혜원 -어디일까 / 용혜원 가장 좋은 곳 가장 행복한 곳 가장 아름다운 곳은 어디일까 먼 곳에 있을까 가까운 곳에 있을까 도대체 어디 있을까 복이 없고 행운이 없고 운 좋은 삶이 아니어도 행복은 항상 가까운 곳에 있다 내 안에 있는 행복을 찾지 못하고 내 안에 있는 행복을 보지 못하고 찾아다닌다.... 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시 2023.10.26
가을 - 김용택 가을 - 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시 2023.10.21
꽃 씨 몇 개 / 양광모 꽃 씨 몇 개 / 양광모 사랑이 꽃 피거든 꽃씨 몇 개 받아둡시다 행복이 꽃피거든 열매 몇 개 받아둡시다 인생은 길고 봄날을 짧은 것 이별과 슬픔이 찾아오는 날 메마른 겨울 가슴에 심을 수 있도록 웃음이 피어나는 날 매소 몇 개 받아둡시다 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시 2023.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