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시 223

반응하지 않기/유지나

반응하지 않기..☆ 나쁜 일이 생겨나면 지나가게 놓아두세요 불쾌한 일이 찾아오면 흘러가게 풀어주세요 힘든 일이 일어나면 스쳐가게 가만두세요 어떤 일이 일어나든 반응하지 않으면 떠나가고 무슨일이 생겨나든 저항하지 않으면 괜찮아집니다 반복해서 나쁜일이 일어나는 건 내가 그 일에 집착하기 때문이고 그 일에 얽매여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버지 /강시진

우리 아버지 /강시진 난 마트로 에어컨 쐬러 간다 구경할 것도 많고 공짜로 시원하고 참 좋다. 난 지하철 타고 에어컨 쐬러 간다. 세상 돌아가는 구경도 하고 공짜로 종착역까지 왔다갔다 한다. 꼭 시원한 곳을 찾아가는 것일까 공짜가 좋아서 천만에 젊은 날의 사람이 그립다. 사람이 그립다. 오늘도 그리워서 정처 없이 걷는다 외로워서 마트로 향하고 외로워서 지하철을 타고 종착역 서너번 씩 왕복한다. 오늘도 조용히 대문을 열고 소리없이 길을 나선다. 가는 곳이 어딘지 발 닿는 곳으로 아들딸들이 걱정할까 봐...

나를 키우는 말 / 이혜인

나를 키우는 말 / 이혜인 ​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해서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이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출처 이해인 시집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중에서 [출처] 출처 시인 이혜인 수녀 나를키우는말|작성자 초록우체통

돌부리 덕분에 - 정외숙

[돌부리 덕분에] - 정외숙 익숙한 산책로 혼자 걷다 작은 돌부리에 박자가 뒤엉켜서 우스꽝스럽게 나자빠지고 말았다 넘어진 채 무릎 부여잡고 원망스러운 눈으로 내가 어찌할 수 없으니 꼬여버린 발걸음이 문제였어 돌부리 딛고 일어나 큰 눈으로 왔던 길 뒤돌아 보았다 숲에 가려져 못 본 하늘 보이고 나무 위 못 보았던 새집 보이고 그동안 못 봤던 새로운 모습이다 고맙기도 한 돌부리 우리 삶에 평탄함만 있으랴 가던 길 계속 가는 거야 딛고 서서 뒤돌아 본 하늘 가슴속에 피어나는 작은사랑 같기도 해라

한평생-시인 / 반칠환

😌한평생😌 -시인 / 반칠환 요 앞,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 때 사춘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했으며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외쳤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미루나무 밑에서 날개를 얻어 칠일을 산 늙은 매미가 말했다. 득음도 있었고 지음이 있었다. 꼬박 이레 동안 노래를 불렀으나 한 번도 나뭇잎들이 박수를 아낀 적은 없었다.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춤출 일 있으면 내일로 미뤄두고 노래할 일 있으면 모레로 미뤄두고 모든 좋은 일은 좋은 날 오면 하고 미뤘더니, 가뿐 숨만 남았구나. 그 즈음 어느 바닷가에선 천 년을 산 거북이가 느릿느릿 천 년째 걸어가고 있었다. 모두 한평생이다.

삶의 다짐

🌹 삶의 다짐🌹 -정연복 나는 참 미약한 존재라서 내 사랑도 작고 보잘것 없지만, 그래도 그 사랑 알뜰살뜰 키워 주변을 따뜻이 품는 아름다운 생을 살아가리~ 아침이면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에 감사하며 늘 기쁜 마음 밝고 명랑한 기분으로 지상의 여행길 사뿐사뿐 걸어가리~ 길을 가다 마주치는 꽃들에게 다정히 인사하고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 보석같이 여기며 하루하루 살아가리 이름 없는 사랑의 순례자 되리~

폭우 - 박복미

폭우 - 박복미 하늘이 정신 나갔나봐 연일 이어지는 폭우에 일상은 흩으러 지고 감각이 무디어 간다. 수없이 반복되는 일상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 고달픔을 달래주지 못하나 너까지 마구 눈물 뿌리는가 문득 바라본 하늘은 또다시 울고자 짙어지는 모습이라 어제도 비가 내렸고 오늘도 비가 내리고 내일도 비가 내린다고 밤잠 설쳐 육신 피곤한데 어느 새 새벽은 깨어나 졸린 눈 비비며 또 비오는 하루를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