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시 216

그리움을 벗어놓고-용혜원

그리움을 벗어놓고-용혜원 갓 피어난 꽃처럼 그리움을 벗어 놓고 그대를 만나고 싶습니다 발이 있어도 달려가지 못하고 마음이 있어도 표현 못 하고 손이 있어도 붙잡지 못합니다 늘 미련과 아쉬움으로 살아가며 외로움이 큰 만큼 눈물이 쏟아지도록 그립기만 합니다 선잠이 들어도 그대 생각으로 가득하고 깊은 잠이 들면 그대 꿈만 꿉니다 날마다 뼈아프도록 견디기 어려웠던 세월도 이겨 낼 수 있음은 그대가 내 마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다림- 김영일 시인

기다림 ​ - 김영일 시인 ​ ​ 한 사람을 기다린다는 것은 삶의 길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 그대를 사랑한 내 잘못인지​ 운명의 장난인지 난 요즘 허수아비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 그대를 기다린다는 것은 내 운명의 또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 바다의 출렁임에 내 마음 출렁이며​ 그대에게 주고픈 편지 손에 들고 갈매기에게 조그만하게 말합니다 ​ 가고 싶다고 그대에게 하지만 너무 멀리있는 그대에게는 나의 마음이 닿지 않나 봅니다 [출처]기다림, 김영일|작성자 한산도

내 4월의 향기를 / 윤보영

내 4월의 향기를 / 윤보영 내 4월은 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 3월에 피었던 꽃향기와 4월에 피게 될 꽃향기 고스란히 내 안으로 스며들어 눈빛까지 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 향기를 나누며 향기를 즐기며 아름다운 4월로 만들고 싱그러운 5월을 맞을 수 있게 마음을 열어 두어야겠어요 4월에는 한달 내내 향기속의 나처럼 당신에게도 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 마주보며 웃을 수 있게 그 웃음이 내 행복이 될 수 있기에…

이른 봄의 시- 천양희​

이른 봄의 시- 천양희​ ​눈이 내리다 멈춘 곳에 새들도 둥지를 고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웃으며 걸어오고 있다 바람은 빠르게 오솔길을 깨우고 메아리는 능선을 짧게 찢는다 한 줌씩 생각은 돋아나고 계곡은 안개를 길어 올린다 바위 등에 기댄 팽팽한 마음이여 몸보다 먼저 산정에 올랐구나 아직 덜 핀 꽃망울이 있어서 사람들은 서둘러 나를 앞지른다 아무도 늦은 저녁 기억하지 않으리라 그리움은 두런두런 일어나고 산 아랫마을 지붕이 붉다 누가, 지금 찬란한 소문을 퍼뜨린 것일까 온 동네 골목길이 수줍은 듯 까르르까르르 웃고 있다 출처: 시인의 방 [蒜艾齋 산애재] 원문보기 글쓴이: 김한중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 정호승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 정호승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그대 잠들지 말아라 마음이 착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지닌 것보다 행복하고 행복은 언제나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곳에 있나니 차마 이 빈 손으로 그리운 이여 풀의 꽃으로 태어나 피의 꽃으로 잠드는 이여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그대 잠들지 말아라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정호승 시집 /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그리움-최수월

그리움-최수월 가슴 터질 듯한 이 그리움 쏟아지는 빗물에 씻어도 보고 햇살 고운 하늘에 말려도 보았건만 그립기는 매일 마찬가지 잊어보려 무던히도 애도 써보았건만 가슴에선 한 그리움만이 맴돌 뿐 목이 메어 차마 그리운 이름 부르지 못한 가슴엔 스치는 작은 바람소리에도 눈물 고입니다. 못 견디게 그리운 이름 세월이 흐르면 마른 낙엽되어 가슴에서 지워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그리움 가득한 가슴은 저리고 아파 멍울 집니다.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얼굴 가슴 저리도록 왜 이렇게 보고 싶은 걸까 그 어떤 사랑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가슴 터질 듯한 이 그리움 얼마만큼 세월이 흘러야 아프지 않을까요.

여인의 봄날 -매향/도현영

여인의 봄날 매향/도현영 간절했던 사랑이 봄날처럼 다가오면 치맛자락 나풀거리는 쿵덕거림이 홍매이겠냐마는 저리도 곱상이 피는 아리따운 자태에 겹겹이 싸맨 봉긋한 젖가슴은 매화의 향기처럼 방실거린다 덩달아 술렁거리는 진달래 치마에 이루지 못할 사랑이 뛰놀때는 눈가에 윤슬처럼 반짝거리기만 한다 널 닮은 연꽃도 아니고 얼굴 붉어진 홍매가 아니라면 차라리 어둠 밝히는 백열등이나 바라볼까 순백의 사랑을 가지 끝에 매달아도 여인의 설렘은 담장을 넘지 못하는 졸음 떠도는 봄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