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남곡 칼럼

평가의 상호성 논란

한실25시 2022. 2. 27. 10:39

 

평가의 상호성 논란

 

   교육과정 사이클에서 평가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진단 평가(diagnostic eval‎uation)는 출발점 행동을 진단할 수 있어서 지도의 수준이나 단계를 세우는데 꼭 필요한 평가이다. 형성 평가(formative eval‎uation)는 단위 시간에 지도한 내용을 어느 정도 수업 목표에 도달했는가를 파악하여 미진한 부분을 보충 지도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평가 방법이다. 또 학기말 평가나 학년말 평가인 총괄평가(summative eval‎uation)는 서열을 정할 수 있는 평가이다.

 

   실제로 어느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1학년 평가에서 ‘* 밥은 집에서 누가 하나요?’라는 문제가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한 아이가 이모라고 써서 틀렸다고 한다. 이 아이는 울고불고 난리가 났단다. 그 문제만 맞았으면 100점인데 억울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아이 집에서는 어머니가 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모가 밥을 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서 담임 선생님의 잘못이 보인다. 이처럼 이모라고 썼다면 아이를 불러 확인한 다음에 정말로 이모가 밥을 한다고 하면 맞다라고 해야 한다는 입장이 바로 평가의 상호성 개념이다. 평가 문제의 타당성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는 평가 문제로 적절하지 못하는 것을 일러 주기 위해서 누군가가 만들어낸 말인 것도 같다. 요즘은 아버지가 밥을 한 경우도, 집안 도우미가 밥을 하기도 한다. 관념적으로 어머니가 반드시 밥을 해야 하는 것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한편 엄마도 잘못이 있다. 아이가 시험지를 가지고 와서 우니까 하는 말이 교과서를 가져오라는 것이었다. 교과서에 누가 밥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아이는 어머니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설령 우리 집에서 이모가 밥을 하더라도 교과서에 어머니가 밥을 하고 있으니까 어머니라고 써야지. 바보처럼 이모라고 써?”하고 야단을 친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아이는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시골 어느 초등학교의 또 다른 평가의 예이다. 사회 시험에 ‘*불이 나면 어디에다 먼저 신고해야 하나요?’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담임 선생님이 원하는 답은 소방서 ‘119’였을 것이다. 그런데 한 아이가 이장댁이라고 썼다고 가정을 해 보자. 이 답이 맞는 답일까 아니면 오답일까? 평가의 상호성의 입장에서 본다면 맞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다음의 경우는 어떨까? ‘*우편 배달부를 돕는 일을 한 가지만 쓰시오,’라는 문제가 나왔는데 어떤 아이가 편지를 안 쓴다.’라고 썼다면 담임 선생님은 그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이것도 정답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의 카톡이 왔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글의 제목은 멋쟁이 담임샘이었다. 내용은 어느 초등학교 기말 고사 문제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나왔는데 빨간 색연필로 크게 동그라미를 쳐주고 그 답을 인정한다는 내용과 함께 그 부분만 시험지까지 복사해서 보내왔다. 실제로 있었던 모양이다.

‘*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할 때에 대통령이 할 일을 대신 맡아서 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  o o )'

답을 인정하는 담임, 어찌해야 이해가 가능할까? 여기에 평가의 상호성을 내세울 수가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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