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내가 쓴 수필

참 아름다운 그대!

한실25시 2022. 3. 8. 06:00

                                    참 아름다운 그대!

  참 아름다운 그대! 이 말은 사랑하는 사랑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축하 화분 리본에 있는 글이다.

 

  70 평생에 문()()() 개인전을 처음 하였는데 내가 평소에 아끼는 후배 교장이 들고 온 화분의 리본에 씌어진 글이다. ‘! 서화전이 아니라 아름다운 그대이어서 하객들의 시선을 끌었던 문구이다.

 

  전시회 중인데도 어느 초등학교에 강의를 하러 가야 했다.

  “당신, 강의 끝났어요? k교장님이 지금 오셨어요. 빨리 오세요.”

집사람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부랴부랴 갤러리로 왔다. 오른 손을 다쳐 붕대로 쳐맨 상태였다. 그런데축하 화분을 사기 위해 양재동까지 갔단다. 그 무거운 화분을 다친 손으로 움켜쥐고 전시장까지 왔다니! 내 마음이 오히려 불편하였다. 인사동에는 주차 공간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주차료도 만만찮은데다가 갤러리와 전시장까지의 거리가 꽤 먼데도 그 화분을 들고 찾아준 따뜻한 마음에 가슴이 찡하였다. 나에게도 이런 후배가 있다는 것이 한없이 자랑스러웠다. 언제 만나도 겸손하고 선배에게는 깎듯하면서도 후배들에게는 자상하고 때로는 엄하게 다스리는 능력 있는 현직 교장이다. 문무를 겸한 능력있는 교장이어서 난 그를 좋아한다.

 

  그림 소품 한 점을 들고 나셨다. 다친 손으로 그 무거운 화분을 들고 왔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였다. 청포도 그림이었다. 얼마 전에 그 집 둘째 아들이 결혼을 했기에 그 아들 주라고 포도 그림을 준비했다. 포도 그림은 예로부터 많은 자손을 상징하기 때문에 손자 빨리 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방학 중이지만 오늘 학교에 나오는 날이라고 해서 찾아가기로 했다.

 

  그 그림을 화실까지 가지고 갔다가 그림 공부를 하고 다시 걸어서 전철역까지 갔다. 찜통 더위이지만 마음이 즐거웠다. k교장님이 가지고 왔던 화분보다 가벼운 그림이고 다친 손도 아니여서 자유스럽고 기다리는 시간도 없고 더구나 지공선사이니까 차비도 무료이고 그래서 그 교장님이 겪었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웃어보았다.

 

  학교 교문에 들어서면 보안관에게 신고를 한 다음에 목에 방문패를 달고 들어가야 하는데 보안관이 오히려 마중을 나와 교장님께 연락을 받았다고 하면서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었다. 이것은 아주 작은 배려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시 한 번 나를 놀라게 했다. ‘역시 k교장이야!’혼자 중얼거렸다.

 

  여의도에서 아주 유명한 맛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넓은 공간인데 손님으로 꽉 찬 것을 보아 그 인기를 쉽게 짐작을 할 수 있었다. 그 집에서 제일 잘 하는 메뉴라고 하는데 정말 맛이 일품이었다. 다음에는 커피를 한 잔 하자고 했다. 좌석도 많은 커피집인데 꽉 차 있었다. 커피 값이 비싼데도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점심 먹으면 으레이 커피 한 잔 해야 하는 것이 버릇처럼 되어 있나보다. 역시 좋은 동네라 다르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많은 후배 교장들이 있다. 이미 퇴임한 교장도 있지만 현직에 있는 교장도 아직은 많이 있다. 그렇지만 마음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교장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웬지 k교장만은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래서 스스럼 없이 대할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 오늘도 풀코스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나는 내 가슴으로 k교장을 품고 어루 만져 주고 싶다. 하는 짓이 예쁘니까.

 

  ‘참 아름다운 그대는 내가 아니라 당신 바로 k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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