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글

시 한 편의 힘

한실25시 2023. 8. 17. 20:22

 시 한 편의 힘

 

시장에서 30년째 기름집을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고추와 도토리도 빻아 주고,

떡도 해 주고, 참기름과 들기름도 짜 주는 집인데,

사람들은 그냥 기름집이라 합니다.

  그 친구 가게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있습니다.

달력? 가족사진, 아니면 광고?

궁금하시지요?

빛바랜 벽 한 가운데 시 한 편이 붙어 있습니다.

그 시가 윤동주의 <서시>입니다.

  시장에서 기름집을 하는 친구가

시를 좋아하다니?

어느 날, 뜸한 시간에 그 친구한테 물었습니다.

"저 벽에 붙어 있는 윤동주 '서시' 말이야. 붙여둔 이유가 있는가?"

"으음, 이런 말 하기 부끄럽구먼."

"무슨 비밀이라도?"

"그런 건 아닐세. 손님 가운데 말이야. 꼭 국산 참깨로 짜 달라는

  사람이 있어."

"그렇지. 우리 아내도 국산 참기름을 좋아하지."

"국산 참기름을 짤 때, 값이 싼 중국산 참깨를 반쯤 넣어도 손님들은

  잘 몰라. 자네도 잘 모를걸."

  "......"

 "30년째 기름집을 하면서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 욕심이 올라올

때가 있단 말이야.

국산 참기름을 짤 때, 중국산 참깨를 아무도 몰래 반쯤 넣고 싶단 말이지.

그런 마음이 나도 모르게 스멀스멀 올라올 때마다,

내 손으로 벽에 붙여놓은 윤동주 <서시>를 마음속으로

자꾸 읽게 되더라고."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이 구절을 천천히 몇 번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시커먼 욕심이 사라지고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아.

그러니까 30년 동안 시가 나를 지켜준 셈이야.

저 시가 없었으면 양심을 속이고

부자가 될 수도 있었는데. 하하하."

  그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그 친구가

좋아하는 시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출처]시 한 편의 힘|작성자 himal

 

'여운이 있는 글방 >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백리 세분의 자녀교육  (0) 2023.08.21
산중일기(母情)  (0) 2023.08.18
외모는 마음에서 생겨난다  (0) 2023.08.16
뭐야~!!! 재수 없게  (0) 2023.08.14
지혜(智慧) 유머(Humor)  (0) 2023.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