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약방문
‘어? 이게 뭐야?’ 하는 순간 나는 내동댕이쳐졌다. 자전거에서 떨어져 시멘트 바닥에 팽개쳐져 있었다. 그런데 지나가던 여자분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고맙게 나를 붙들어 일으켜 주었다.
무릎과 왼쪽 팔꿈치가 까져서 아파왔다. 그리고 이상하게 허벅지 앞부분 근육이 놀랐는지 통증이 심하다. 그리고 자전거는 저만큰 팽개쳐져 있었고 라이트는 박살이 나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 나는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탄다. 평상시처럼 자전거를 타고 아치형 다리를 건너서 자전거 전용도로로 진입하는 순간 사고가 난 것이다.
다리를 막 지나면 자건거 도로와 산책로가 있다. 그런데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 사이에 한 20cm의 공간에 잔디를 심어 놓은 곳이 있다. 그런데 봄철이 되니까 그곳을 파일구어 공간이 깊은 구멍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그걸 알 리가 없다. 아취형 다리이기 때문에 속력이 붙어서 그냥 내려가는 순간 그 구덩이 때문에 자건거에서 떨어져 사고?가 난 것이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을까? 그 구덩이에 베니아판이라도 한 쪽 덮어 놓았으면 이런 안전 사고가 날 리가 없지 않은가?’ 화가 치밀었다. 작은 공사를 하지만 그런 안전에 대한 것을 배려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났다.
야간에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은데 이렇게 구덩이를 길게 파놓았으니 제2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지 않은가.
절뚝거리면서 자전거를 끌고 가까운 파출소를 찾아갔다. 마침 순경이 한 분 문앞에 나오길래
“도움이 필요해서 왔는데요”
하니까 이야기해 보란다. 서서 경과를 얘기했더니
‘그런 것은 본인이 직접 구청에 전화를 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회피해 버렸다. 많이 서운했다. 도와달라고 하면 들어오라고 해서 자초지종을 들은게 아니라 문 밖에서 거절을 당하고 나니까 민중의 지팡이? 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청에 전화하기가 왜 그렇게 힘이 드는지. 짜증이 날 정도였다.
구청에 전화를 하면 다산콜센터에서 접수를 하는데 통화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와 같았다. 왜 이렇게 불편하게 운영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연결이 되어 여차저차해서 전화를 했노라고 하니까 그 내용을 컴퓨터에 입력을 하더니 자기 구청이 아니라 다른 구청으로 접수 의뢰하겠다는 것이다.
몇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답이 없더니 다시 원래 민원을 접수했던 곳으로 재이관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한참 있다가 ㅇㅇ구 도시건설국 공원녹지과에서 처리할 예정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저녁 무렵에 핸드폰을 열어보았더니 ‘2022년 3월 16일 15시 현장 확인 후 안전 조치하였다’ 되어 있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다.
공사 시작할 때 이렇게 해놓았으면 아무 일이 없을 것 아닌가?
사후 약방문을 잘 처방하면 뭐하나?
그래도 이제는 제2의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을 것을 생각하면 내가 민원을 제기한 것이 잘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골병 든 것은 내 차지이다. 나는 허리협착증 환자인데 오른쪽이 부실해서 걷기가 약간 불편한데 불행중 다행인 것은 자전거에서 떨어질 때 왼쪽으로 떨어지는 행운을 얻은 것이었다.
무릎과 팔꿈치가 까지고 왼쪽 허박지에 심한 타격을 입었어도 허리 다치지 않은 것에 감사한다. 작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리라 믿는다.
일주일이 지나니까 여기 저기 멍자국이 나타났다.
순간적으로 떼를 쓰고 보상을 받아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니다. 나도 공무원 생활 42년을 했는데 민원으로 상대방을 괴롭힌다는 것이 얼마나 비열한 지를 잘 알기에 마음을 접었다.
한 가지 제안한다.
관청에서 공사를 할 경우 제일 먼저 안전 사고에 대한 것을 고려해 달라는 것이다. 깊지 않은 구덩이기(홈)에 아마도 사고는 전혀 예측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접시물에도 빠져죽는다’는 속담이 있다는 것을 상기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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