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방/한시 산책 80

운곡 선생 시

운곡 선생 시 空齊秋已晩(공제추이만) -빈 서재에 가을이 이미 깊어져 矬屋小床凉(좌옥소상량) -오두막 작은 평상이 서늘하네 葦岸初搖雪(위안초요설) -갈대 언덕에는 처음 문이 흔들리고 菊籬猶未霜(국리유미상) -국화 울타리에는 아직 서리가 내리지 않았네 鴉飛山色裏(아비산색리) -까마귀는 산 빛 속으로 날아가고 人睡雨聲傍(인수우성방) -사람은 빗소리 곁에서 조는데 帶露掇金蘂(대로철금예) -이슬 맞으며 금 꽃잎을 주으니 眞珠凝冷香(진주응냉향) -진주에 차가운 향기가 엉기네

秋夜讀書(추야독서)

秋夜讀書(추야독서) 두촌 조은자 서예문인화 2022. 10월호 121쪽 素蟾半夜暎書窓(소섬반야영서창) 梧葉金風轉似跫(오엽금풍전사공) 玉露瑛瓏今積累(옥로영롱금적루) 草蟲哀切忽成雙(초충애절홀성쌍) 純忠志士逢多史(순충지사봉다사) 大義賢人仰萬邦(대의현인앙만방) 曉爽笑顔望燭漏(효상소안망촉루) 誰希菊酒未開缸(수희국주미개항) 밝은 달 한 밤중 서창을 비추고 오동잎 금풍에 구르니 발자국 소리 같네 옥로는 영롱하게 지금 쌓여가고 풀벌레 애절하게 홀연 짝 이룬다오 순박한 충성 지사들 역사를 만나고 큰 뜻의 현인 만방을 우러름이라 상쾌한 새벽 웃는 얼굴로 촛농 바라보며

-이제현 절에서

-이제현 절에서 紙被生寒佛燈暗(지피생한불등암) 沙彌一夜不鳴鐘(사미일야불명종) 應嗔宿客開門早(응진숙객개문조) 要看菴前雪壓松(요간암전설압송) 종이 이불을 덮으니 몸이 차고 등불도 어두운데 어린 중은 밤새도록 종을 울리지 않는구나 일찍 문을 연다고 잠자던 나그네야 응당 꾸짖겠지만 암자 앞의 눈 덮인 소나무를 꼭 봐야겠네.

夏日卽事/李奎報

夏日卽事/李奎報 경삼소점와풍령(경삼소점와풍령) 몽각제앵삼량성(몽각제앵삼량성) 밀엽예화춘우재(밀엽예화춘우재) 박운루인우중명(박운루인우중명) 여름날 –이규보 대자리를 깔고 가벼운 옷으로 바람을 맞으며 누웠는데 꾀꼬리 울음 소리 두세 마디에 그만 꿈에서 깨었네 뻭빽한 잎 사이에 기리웠던 꽃은 봄이 지났어됴 남아 있고 엷은 구름을 뚫고 나온 햇빛이 빗 속에서 오히려 밝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