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남곡 칼럼

비에도 지지 않고

한실25시 2022. 12. 17. 20:38

비에도 지지 않고

 

   비에도지지 않고 바람에도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지지 않는

   튼튼한 몸으로 욕심은 없이

   결코 화내지 않으며 늘 조용히 웃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일에 자기 잇속을 따지지 않고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초가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

   가서 돌보아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볏단 지어 날라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말라 하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별거 아니니까 그만 두라 말하고

   가뭄 들면 눈물 흘리고

   냉해 든 여름이면 허둥대며 걷고

   모두에게 멍청이라고 불리는

   칭찬도 받지 않고 미움도 받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이 시는 일본 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이다.

 

   우리는 다 똑똑하게 살고 싶어 한다. 남보다 앞서가야 마음이 놓이고 남보다 더 많은 것을 가져야 만족해 한다. 남을 짓밟고 넘어서더라도 내가 모든 명예와 부를 독차지 하려고 한다. 그러한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인 멍청이처럼 살고 싶다는 이 작품은 우리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학교에서 친구에게 한 대 얻어맞고 왔을 때 부모는 너도 한 대 때리고 오지, 그냥 와? 이 바보 멍청아!’라고 꾸짖는다. 뒷집의 미영이가 비싼 과외를 하면 우리 새끼도 어떻게 해서라도 더 비싼 과외를 시키곤 한다. 이게 똑똑하게 사는 것인가?

 

   미야자와 겐지가 시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가 멍청하게 산다면 어떻게 될까? 정말로 이 세상이 평화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가?

 

   자기 잇속만 챙기는 똑똑한 사람들 때문에 이 세상은 더욱 살기 힘든 곳이 되어 가고 있지 않는가?

 

   나도

   모두에게 멍청이라고 불리는

   칭찬도 받지 않고 미움도 받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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