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출처 : 시니어 타임스(Senior Times)(http://www.seniortimes.kr)
[출처] 아내와 나 사이 / 이생진|작성자 낙숫물
'여운이 있는 글방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비/양광모 (0) | 2023.03.28 |
---|---|
너와 나는-이해인(李海仁) (0) | 2023.03.25 |
거룩한 노래 - 김명순 (0) | 2023.03.18 |
너와 나는-이해인(李海仁) (0) | 2023.03.15 |
너와 나는-이해인(李海仁) (0) | 2023.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