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내가 쓴 수필 64

조물주의 실수

조물주의 실수 ‘이 인간들아! 이것은 다 나의 실수다, 나의 실수!’ 대한민국은 쓰레기 천국이다. 어디를 가나 발에 채이는 것이 바로 쓰레기이다. 게다가 분리 수거도 할 줄 모른다. 고속버스 휴게실의 쓰레기통을 쏟아서 그 쓰레기를 분리하여 보았더니 진짜 소각해야 할 쓰레기의 양이 1/6밖에 안 된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쓰레기통마다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씌어 있는데 왜 그것이 안 될까? 우리 한국 사람들은 다 문맹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우선 문맹퇴치운동을 범국민적으로 벌여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공상을 해 보았다. 담배 꽁초를 아무데나 버렸다. 쓰레기를 크고 작고간에 무단 투기를 했다. 그러면 그 날 밤을 자고 나면 엄지 손가락 첫째 마디가 떨어져 없어졌다. “어? 내 손가락 마디가 왜 없어졌지?” ..

불합리 속의 합리

불합리 속의 합리 나는 어렸을 적, 어머니의 심부름을 할 때 고민에 빠진 적이 많았다. “얘야, 마늘 좀 갖다 줄래?” “몇 개요?” “댓개 가져 오너라.” “댓개가 몇 개요? ” “다섯 개나 여섯 개 가져 오란 말이다.” “알았어요. 그러면 다섯 개 가져올게요.” 그 당시에는 정확하게 몇 개 가져오라고 하지 않는 어머니가 이상하게 생각 되었다. 김치를 담글 때 먼저 배추를 절여야 하는데 주부들은 소금을 대충 집어 넣는데도 그것이 다 알맞게 절여지게 되어 있다. 배추 500g 한 포기에 소금50g을 넣는다든지 된장국을 끓이는데 된장 몇 g, 멸치가구 몇 스푼 등으로 계량화 하지 않아도 맛있는 김치와 된장국이 된다. 이것이 우리 민족의 정서가 아닌가! 불합리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이 결국은 다 합리적인 ..

참 아름다운 그대!

참 아름다운 그대! 참 아름다운 그대! 이 말은 사랑하는 사랑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축하 화분 리본에 있는 글이다. 70 평생에 문(文)서(書)화(畵) 개인전을 처음 하였는데 내가 평소에 아끼는 후배 교장이 들고 온 화분의 리본에 씌어진 글이다. ‘축! 서화전’이 아니라 ‘아름다운 그대’이어서 하객들의 시선을 끌었던 문구이다. 전시회 중인데도 어느 초등학교에 강의를 하러 가야 했다. “당신, 강의 끝났어요? k교장님이 지금 오셨어요. 빨리 오세요.” 집사람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부랴부랴 갤러리로 왔다. 오른 손을 다쳐 붕대로 쳐맨 상태였다. 그런데축하 화분을 사기 위해 양재동까지 갔단다. 그 무거운 화분을 다친 손으로 움켜쥐고 전시장까지 왔다니! 내 마음이 오히려 불편하였다. 인사동에는 주..

꼬시 예뻐요?

꼬시 예뻐요? 꽤 오래 전에 어느 대학에 가서 교육과정 강의를 할 때의 이야기이다. 칠판에다 ‘open'이라고 썼더니 모두 정확하게 발음을 하였다. '오펜’이라고 발음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sale'이라고 썼더니 모두 다 ‘세일’이라고 했지 ‘사레’라고 하는 학생이 없었다. 영어 두 단어를 모두 정확하게 발음을 하였다는 말이다. 그런데 ‘밭을’을 써 놓고 어떻게 읽느냐고 했더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바슬?‘, ‘바츨?’, ‘바틀?’ 확실하게 아는 학생이 없었다. 영어는 그렇게 정확하게 발음을 했는데 우리 글은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 것을 보고 안타까워 한 적이 있었다. 우리 글을 읽을 때에는 항상 ‘연음 현상’을 꼭 기억하고 발음하도록 해야한다. 나를 지도해 주신 그림 선생님은 “” 난초..

풀과의 전쟁

풀과의 전쟁 풀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한 달만에 왔는데 이게 뭐야?’ 화초도 작물도 풀에 가려서 잘 보이질 않는다. ‘저래가지고 저것들이 숨이나 쉬겠나?’ 바로 옷을 벗어던지고 잡초와의 전쟁을 시작하였다. 완전 무장을 하고 전선으로 나섰다. 모자는 농부들이 쓰는 - 얼굴은 물론 목까지도 기릴 수 있는 것으로 무장하고 장화를 신고 호미를 들고 나섰다. 엉덩이에도 물론 앉을개를 달았다. 허리가 샌찮하니까 미리 중무장을 해야 했다. 그래도 오후에 아내와 함께 작업을 하고 나니까 힘은 들었지만 화초들이 방긋거리는 것을 보니까 어쩌면 그렇게 기분이 상쾌하고 일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내일부턴 아침 5시부터 4시간, 오후에는 4시부터 4시간씩을 잡초를 뽑읍시 다.” 아내도 동의하였다. 다행이 해가 나오지 ..

된 사람

된 사람 ‘난 사람, 든 사람, 된 사람’이라는 표현이 있단다. 이는 조관일이 쓴 'N 형인간‘이라는 책에 소개된 개념이다. 난 사람은 뛰어난 사람이고 든 사람은 지식이 많은 사람, 소위 말하명 ’가방끈이 긴 사람‘이다. 그리고 된 사람은 인성이 좋은 사람을 가리킨다고 한다. 오늘 아침 한강까지 걷고 오다가 바로 ‘된 사람’ 한 분을 만나게 되었다. 오늘은 아침 기온이 영하 8도이다. 그래서 걷기 하는 사람도 뜸하였다. 홍제천을 지나 불광천의 산책로를 걸어오는데 큰 비닐 주머니를 들고 길가에 있는 휴지를 줍고 있는 것이다. 가볍게 조깅을 하면서 ‘애 많이 쓰십니다. 훌륭하시네요.“라는 인사를 전했다. 그 분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라고 답례를 하였다. 이 추운 겨..

불효자는 웁니다

불효자는 웁니다 우연한 기회에 소설가 이시백님의 ‘어머니의 힘’이라는 글을 대하게 되었다. 교도소 수용자들에게 강의한 내용이 바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였다. 군에 간 자식에게 삐뚤빼뚤한 글씨로 "발에 맞는 신발을 신으라"는 자상한 편지를 썼던 어머니는 지금 병중에 있습니다. 자식은 늘 어머니 앞에 죄인입니다. 이 대목이 그 글의 마지막에 나온 구절이었다. 어느 누가 자기 어머니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자가 있을까마는 나는 유별나게 어머니를 좋아했고 따랐지만 효도 하지 못해 지금도 가슴이 맨다. 나는 어렸을 때 항상 어머니 꽁무니를 물고 따라다녔다. 상가집을 가든 결혼 식엘 가든 어김없이 어머니 치마를 붙잡고 따라다녔다. 왜 그랬는지 지금 생각 해도 알 수가 없다. 아마 어머니와 떨어지기가 싫어서 붙어다녔..

교만의 극치

교만의 극치 어느 문학상 시상식장이다. 평소에 존경하는 선배님이 꼭 참석하라는 부탁에 못이겨 1년에 두 번 모이는 친구 모임에도 불참하고 참석하였다. 수상을 한 다음에 수상자들의 소감을 듣는 순서였다. 사회자가 수상 소감을 간단하게 하라고 강조하였다. 대상을 받는 분이다. 트로피를 들고 나와서 그 내용 중에 ‘왕성한 활동을~’을 운운하면서 장황하게 서론이 시작되었다. 앞부분 축사하시는 분이 수상자들을 칭찬하였는데 대상을 받은 분을 많이 부각하여 홍보하였는데 그 내용을 다시 본인이 짚으면서 ‘훌륭하다고 언급하셨으니 제가 분명 훌륭한 것 맞지요?’라고 하면서 잘난 체를 하였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다음이 더 신경을 건드렸다. 대상을 받은 사람은 이 자리에서 문학 강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자가 ..

향 기

향 기 새벽 4시도 되기전 어둠을 뚫고 자전거로 달리다보면 어느 구간에는 아카시아 향기가 은은하게 사람을 매혹시킨다. 6월 이맘때 쯤 되면 일부러 산엘 가지 않더라도 아카시아 향을 맡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그래서 이 구간은 일부러 천천히 폐달을 밟는다. 그윽한 아카시아향을 음미해 보고 싶어서이다. 나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가로수로 이 아카시아를 심을 수 없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이 향기가 새 아침을 여는데 힘을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연이 준 향기는 감미로운데 사람이 만든 향수 냄새는 왜 그렇게 나에게는 자극적일까? 일반적으로 여자들이 향수를 즐기는데 심한 사람은 온 몸에서 향수 냄새뿐인 경우도 있다. 나는 이상하게 향기에 약한 편이다. 그래서 대중 교통 수단을..

장흥 삼합

장흥 삼합 내 고향 조성 한실 선산을 찾아 성묘를 마치고 장흥행 버스에 올랐다. 말로만 듣던 장흥 삼합을 한 번 맛보고 싶어서였다. 장흥삼합은 쇠고기, 키조개, 표고버섯을 함께 먹는다는 것이다. 목포삼합과는 사뭇 그 맛이 다르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맛집을 검색해서 평이 좋은 식당의 상호와 전화번호까지 적어가지고 내려갔었다. 버스에서 내려 미리 검색한 ㅇㅇ식당에 전화를 했더니 ‘토요시장’ 근처라고 하였다. 초행이라 물어서 가는 수밖에. “아저씨, 토요시장을 어떻게 가나요?” “ 토요시장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가 가는 길이니까 실어다 드릴게요.” 운좋게 친절한 아저씨를 만나게 되었다. “ㅇㅇ식당요? 거기 가지 마세요. ‘6시 내 고향’ 녹화를 그 집 앞에서 했을 뿐이에요.” 그 분의 설명을 들으니까 그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