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내가 쓴 수필 64

인간 존중

인간 존중 사람한테서는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 그런데 개 냄새나 돼지 냄새를 피우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개는 애완용이나 집을 지키는 역할을 하기에 사람에게 유익하고, 돼지는 고기를 제공해서 또한 귀한 가축이다. 그런데 개나 돼지만큼도 안 되는데 우리들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고 나면 사고•사건들이 판을 친다. 요즘은 오징어를 인산으로 절였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또 오늘 아침 보도에 의하면 인삼의 산지 금산에서 중국산 홍삼 원액을 들여와 거기다 물엿만 첨가하여 170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단다. 가짜 건강 식품을 만들어 노인들을 속이는 일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버겁다. 인간을 중시한다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남을 속여서 어떻게 해서라도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얌체들은 개와 돼지보다 무엇..

담배 꽁초를 여기에 버리지 마시오

담배 꽁초를 여기에 버리지 마시오 ‘어,어? 저것 좀 봐! 불이 붙어 있는 담배를 그대로 길에 버리네.’ 우리 아들이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를 당해 모 대학병원에 입원을 하고 있을 때이다. 병실에 들렀다가 병원 앞 버스 정류장에서 목격한 것이다. 대학생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담배를 피우다가 버스가 오니까 불도 끄지 않은 담배를 바로 길바닥에 던져버리고 승차를 한 것이다. 대학도 보통 대학이 아닌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 대학인데 왜 저렇게 무모한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배운 것과 실천하는 것이 따로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學은 엄청나게 한 대학생들인데 習이 안 되었다는 증거이다. 꽤 오래된 일이다. 보이스카우트 행사 때문에 민박(홈스태이)로 우리 집에 일본인 사또상이 묵게 되..

향기로운 냄새

향기로운 냄새 “친구들에게 상스런 말이나 욕을 하지 않겠습니다.” 아이가 아침에 학교 갈 때 하는 인사말이다.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가 일반적인 인사인데 민영이 어머님은 매일 아침 할 인사말을 식탁 유리 밑에 깔아 놓고 아이가 하루 실천할 수 있도록 지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매월 한 번씩 사람 냄새를 첵크하는 시간이 있다. 항목이 20개인데 언제나 실천하고 있으면 5점, 이따금씩 생각날 때 실천하면 3점, 전혀 실천하지 못하고 있으면 1점을 부여하여 총계를 매긴다. 그래서 90점이 넘으면 ‘향기로운 사람 냄새’, 80점~89점이면 ‘사람 냄새’, 60~79점이면 ‘개 냄새’, 59점 이하면 ‘돼지 냄새’ 판정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 20개 항목을 검사할 때마다 부모님도..

작은 결투

작은 결투 작년 겨울처럼 눈이 많이 왔던 해는 드물었던 같다. 눈이 오면 제일 반기는 곳은 바로 스키장이다. 인공 눈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폭설이 내리면 통행하기가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눈으로 인한 교통 혼잡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교통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새벽길을 걷는 나에게는 이 눈이 불편한 존재이다. 눈이 오면 큰 도로에는 재빨리 재설 작업이 이루어지지만 산책로는 손이 뻗치지 못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통행을 하기 때문에 오솔길 같은 통로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 눈길을 걸을 때마다 시인 권오삼의 ‘결투’라는 동시가 자꾸 떠오른다. 인도 한 가운데로 사람 하나 다닐 만큼 좁다랗게 뚫린 눈길에서 할아버지와 청년이 마주치는데 할아버지가 옆으로 비켜선다. 그 할아..

사람 냄새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공부합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구령대 위에 설치한 문구이다. 사람한테서는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 이것이 내 가치이다. 그런데 사람한테서 개나 돼지 냄새가 나는 것을 맡을 수 있다. 그럴 땐 자연스럽게 코를 돌리게 된다. 교장으로 부임할 때 교사들에게는 부임 인사 대신 짧은 동화 두 편을 나누어 주면서 인사로 갈음하였다. 그 동화의 내용 속에 사람 냄새가 나는 교육을 편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었다. 학부모님들에게는 ‘사람 만드는 교육에 앞장설 터’라는 부임 인사말을 보냈다. 한 학교에서 5년 6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어떻게 하면 저 아이들에게서 사람 냄새가 나게 할 것인가가 나의 최대 목표였다. 부임한 이튿날 아침, 아이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보기 위하여 교문..

손 전화 알레르기

손 전화 알레르기 ‘어! 내가 잠이 들었나?’ 하도 시끄러운 소리나 나서 눈을 떴다. 8시 35분에 떠나는 청양 가는 버스를 탔는데 9시가 조금 넘었다. 그러니까 한 30분 동안 눈을 붙였나 보다. 깨어 보니 바로 내 옆에 앉은 사람이 큰 소리로 핸드폰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소리에 잠을 깬 것이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것 같은데 웬 전화를 그렇게 큰 소리로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그렇지만 시비를 걸 수도 없어서 꾹 참고 있으려니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내가 얼굴을 빤히 쳐다봐도 아랑곳하지 않은 영감이 괴씸하기까지 하였다. 버스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승객들은 인상을 쓰고 있으면서도 아무도 제지를 하지 못하였다. 청양가는 길이 초행이라 버스에서..

2분 祝辭

2분 祝辭 “다음은 본교 운영위원장의 축사가 있겠습니다.” 보람초등학교 졸업식장이다. 내가 축사를 해야 한다. 오늘은 여러분이 축하를 받는 날입니다. 졸업도 축하, 이제 중학생이 되는 것도 축하! 그래서 오늘은 두 번 신나는 날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처럼 자랑스럽게 이 자리에 우뚝 서 있을 수 있게 해 주신 분은 여러분을 지극 정성으로 키워주신 부모님이십니다. 우리 다 같이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무지무지 감사합니다.’라도 해 봅시다. 그리고 또 열정적인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이십니다. 이 축하의 분위기에 휘말려 선생님과 부모님의 은혜를 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한 번 감사의 표현을 말로 직접 해 봅시다. 저를 이렇게 키워주신 부모님! - 감사합니다. 우리들을 바른 길로 지도해 주신 선생..

남도 지오그래피

남도 지오그래피 일요일 아침 6시가 되면 우리 부부는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남도 지오그래피’라는 프로를 보기 위해서이다. 나는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는다.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그것 볼 시간이 없어서이다. 그런데 이 시간만은 예외이다. 이 프로는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전라도와 경상도, 요즘은 이따금씩 충청도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방문하여 피디와 그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왜 이 프로를 가까이하게 되었는가? 아마도 정서가 같아서가 아닌가 싶다. 출생이 남도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 들었던 사투리가 그렇게 새롭게 들릴 수가 없다. 특히 해설을 하는 사람의 말소리는 정말 구수하고 듣기도 좋을 뿐만 아니라 그 분위기에 나도 푹 빠지고 만다. 무안 나주댁, 영광 ..

立春 大雪

立春 大雪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3시 50분에 눈을 떴다. 아침 걷기 운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 동안 자전거를 탔는데 아내 때문에 걷기로 바꾸었다. 아내도 여자 걸음으로는 빠른 편이어서 다니는데 불편이 없어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새벽을 가른다. 걷기 운동은 세계적으로 인정된 운동이기도 하지만 새벽 걷기는 정말 상큼한 느낌을 주어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나는 항상 밤늦게까지 일을 하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는 시각이 불규칙했었다, 그런데 새벽 걷기 운동을 하면서부터 규칙적인 습관으로 변신되었다. 하루의 일과는 새벽 4시부터 시작이 된다. 그래서 정확히 밤 9시가 되면 취침을 한다. 수면 시간은 정확하게 7시간이다. 이제 아침형 인간이 되어버린 셈이다. ‘어! 웬 눈이 이렇게? 오늘이 입춘인데 이게 뭐..

범사에 감사

범사에 감사 “어! 이걸 어떡하지?” ‘퍽’하는 느낌이 들자 마자 나는 그만 주저 앉고 말았다. 테니스를 하다가 받기 힘든 공을 걷어올리려다 그만 아킬리스건이 나가고 만 것이다. 집에 들르지도 못하고 바로 병원에 가서 입원을 하게 되었다. 아킬리스를 잇는 수술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 아침에 장애자가 된 것이다. 1개월을 병원에 누워 있는데 죽을 지경이었다. 통증도 심할 뿐만 아니라 걸을 수가 없기 때문에 보통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 동안 나는 한 번도 걸어다닐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 있었다. 누구? 바로 걸어다니는 사람이었다. 정형외과 입원 환자 중에서도 부러운 사람이 있었다. 팔 다친 사람이었다. 차라리 팔이라도 다쳤으면 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