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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사랑의 선물

한실25시 2024. 9. 9. 21:02

따뜻한 사랑의 선물

 

  오래 전 '풍성식당'이란 곳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60대 후반의 나이인 주인 아주머니는 '손님에게 넉넉히 드리자'라는 뜻에서 식당이름을 풍성식당으로 지었습니다.

  원래 하나 밖에 없는 아들 부부가 운영을 하고 있었는데 아들 가족이 지방을 내려가다 만취 운전자가 중앙선을 넘어와 충돌하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아들 가족은 사랑하는 어머니를 남겨놓고 저 세상으로 떠나가고 말았습니다.

  한동안 음식을 전폐하고 슬픔에 빠진채 눈물로 세월을 보내던 아주머니는 커다란 충격에서 한동안 빠져 나오지 못했지만 이웃들의 위로와 사랑으로 새로운 힘을 얻게 되었고 식당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아주머니는 죽은 아들 또래의 손님이 오면 안 보이는 곳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곤 했습니다.

  어느 겨을 날~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손님의 발길이 뜸해지자 문을 닫으려 하는데 웬 소형 트럭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 왔습니다.잡다한 생활용품들을 차에 싣고 전국을 돌아 다니며 팔고있는 가게가 없는 떠돌이 장사였습니다.

  트럭이 멈추자 젊은 남자가 딸인듯한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가게로 들어 왔습니다. 무척 피곤해 보이는 아들 또래의 남자가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밥 좀 먹을 수 있을까요? "

그 물음에 아주머니는
  "따뜻한 곳에 가서 앉아 기다려요~금방 차려 드릴께요~"

  대답을 하고는 주방으로 들어가 밥상을 차려 식탁에 내려 놓았습니다.

직접 구운 생선과 계란말이와 소세지와 김 등이 놓여있는 식탁은 이름 그대로 풍성했습니다.

  예쁘게 생긴 딸은 얼굴에 때가 잔뜩 끼어 있었고 머리는 며칠을 안 감았는지 기름때가 덕지 덕지 엉켜 붙어 있었습니다.

아빠는 딸을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며 정성껏 밥을ㅠ떠먹여 주고 있는데 너무나 행복해 보였습니다.

"애기 엄마는 없소? "

"작년에 암으로 하늘나라로 떠나 갔습니다."

"아...그래서 아빠가 딸을 직접 데리고 다니는군요"

"네~가족과 친척이 없어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히 없다보니... "

주인 아주머니와 아빠의 얘기를 듣고 있는 딸아이는 엄마가 보고 싶은지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습니다.

  딸에게 밥을 다 먹인 아빠가 밥을 먹기 시작하자 아주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내실로 들어가 한참을 있다 밖으로 나왔는데 딸이 완전히 딴 모습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아주머니가 아이를 정성껏 씻겨주고 머리도 감겨주고 긴 머리를 곱게 땋아 주었기 때문이었죠. 딸은 아주머니의 보살핌으로 원래의 예뻤던 모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주머니가 냉장고 문을 열고 이것저것 반찬을 챙겨 빈통에 담아 아빠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어차피 남기면 버릴거니까 부담을 전혀 갖지 말아요~"

반찬통을 받아든 아빠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식대를 내려는 아빠의 손을 완강히 뿌리친 아주머니가 나즈막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했습니다.

"빨리 돈을 모아 아이와 지낼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해요~ 그것이 제일 급한 일 같으니.... "

아빠는 "감사합니다~" 머리를 숙이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트럭의 창문을 열고 주차장을 빠져 나가는 차안에서 딸이 고사리 손을 흔들고 있었고 아빠가 외쳤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머니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건강 잘 챙기세요~"

그 말을 들은 아주머니가 손을 흔들며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오다가다 엄마가 생각나면 꼭 들려요! 내가 밥을 맛있게 차려 줄께요~ 그리고 힘이 들면 언제든 딸을 데리고 와요~ 내가 잘 돌보아 줄테니까~ "

  고사리 손을 흔들고 있는 딸아이의 머리에 꽂혀있는 아주머니의 손녀가 너무나 좋아하고 아꼈던 예쁜 머리핀이 달빛을 받아 반짝 반짝 빛이나고 있었습니다.

  설거지를 하러 주방에 들어간 아주머니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의 아빠가 깨끗이 설서지를 해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방 곳곳을 깨끗이 청소를 해놓아 주방이 번쩍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몰래 놓고간 설거지용 수세미와 주방세제와 주방용품이 잔뜩 놓여진 것을 보고는 애틋한 마음이 몰려 왔습니다. 그것을 하나라도 팔기 위해 딸을 데리고 전국을 떠돌아 다녔을 텐데...


  갑자기 죽은 아들이 생각이 나자 아주머니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울고 있었습니다.

조용한 겨울밤은 밝은 달빛속에서 그렇게 따뜻한 사랑으로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다음 해 봄이 됐을 때 식당은 가족이 세 명으로 늘어나 있었고 안에서 들리는 행복한 웃음소리는 밖에서 들릴 정도로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하늘보다 더 높은 것은 부모님의 은혜이고 바다보다 더 깊은 것은 이웃에게 베풀어 주는 따뜻한 사랑입니다.


  각박해져 가고 있는 이 세상속에서 여러분 모두 하늘보다 더 높고 바다보다 더 깊은 따뜻한 사랑을 나누시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그 따뜻한 사랑을 아낌없이 나누어 줄 수 있는 은혜와 사랑이 넘치는 삶들이 되실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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