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방/한시 산책

정약용의 고의(古意)

한실25시 2024. 12. 15. 23:07

정약용이 1800년 정조의 소명을 받고 서울로 왔으나 실직을 얻지 못하여 고향 소내로 돌아가며 지은 시

 

古意(고의)
【次劍南韻。】-(차검남운)

 

洌水流不, 三角高無
(열수유불식, 삼각고무극.)
河山有遷變, 朋淫破無
(하산유천변, 붕음파무일.)
一夫作射工, 衆喙遞傳
(일부작사공, 중훼체전역.)
詖邪旣得志, 正直安所
(피사기득지, 정직안소택.)
孤鸞羽毛弱, 未堪受枳
(고란우모약, 미감수지극.)
聊乘一帆風, 杳杳辭京
(요승일범풍, 묘묘사경국.)
放浪非敢慕, 濡滯諒無
(방랑비감모, 유체양무익.)
虎豹守天閽, 何繇達衷?
(호표수천혼, 하유달충억?)
古人有至訓, 鄕愿德之
(고인유지훈, 향원덕지적.)

 

고의
【검남(劍南)시에 차운하다.】

한강수 쉼없이 흐르고
삼각산 아득히 높아라.
산하는 변할지언정
소인의 붕당은 깨부술 날 없구나.
한 사람이 간악한 모의를 하면
뭇 입들이 빠르게 전파하여,
편파스런 말들이 기승을 부리니
정직한 자 어디에 안주하랴.
외론 난새는 깃털이 약해
가시덤불을 이겨 낼 수 없어,
짐짓 바람맞으며 돛배를 타고
멀리멀리 서울을 떠나리니,
방랑을 사모해서가 아니라
머물러 봐야 무익하기 때문.
호랑이 표범이 대궐문 지키거늘
무슨 수로 충정을 아뢰랴.
옛 분의 지극한 교훈이 있지
향원은 덕의 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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