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 자료방/뽑힌 생활문

한실25시 2022. 4. 10. 17:24

작품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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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서울 아현 초교 6학년)

  며칠 전에 큰 비가 내렸다.

3일 동안 밤낮으로 쏟아져 내린 비는 여기저기에 커다란 피해를 주고 겨우 그쳤다.

TV뉴스를 보니 한강 둑도 무너져 내리고 한강 주변의 많은 집들이 침수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시골의 외삼촌댁이 걱정되어서 전화해 보니, 다행히도 그 곳은 피해를 많이 보지는 않았다고 하엿다.

문득 4학년 여름방학 때의 일이 생각났다.

그 때도 비가 굉장히 많이 왔는데 우리 가족은 비가 그친 후 며칠 뒤에 외삼촌 댁에 가게 되었다.

창 밖으로 바라보이는 풍경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빛나는 태양과 싱그러운 풀잎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 정말 멋있는데. 외삼촌댁은 더 아름다울 거야. 이번엔 삼촌에게 고기잡이도 가자고 해야지.?

설레는 마음을 달래며 제천에 도착했다.

  곧 택시를 타고 외삼촌댁으로 향했다.

 

  그런데……제천 시내를 벗어나 시골길로 접어들자 나의 상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보였다.

논은 무너진 곳이 굉장히 많았고, 산 사태가 일어나 길이 절반쯤 막혀 버린 곳도 있었다.

산을 돌아가는 비포장 도로로 접어드니 자갈이 깔리고 울퉁불퉁해서 차가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해 할 수 없이 차에서 내려 걸어가야 했다.

조금 걸어가면서 보니 시골의 풍경은 말이 아니었다. 거의 모든 논들이 한 번쯤 물에 잠겼던 것 같았고, 벼들이 쓰러져 있는 것은 예사였고 심지어는 논둑이 무너진 곳까지 있었다.

벼들은 절반 가량 옆으로 넘어져 있었고, 논의 한쪽 모퉁이의 논둑이 무너져 있었다.

?이럴 수가…….?

 

  엄마는 금방 수심의 빛을 띄었고 나도 무척 걱정되었다. 발걸음도 무겁게 논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외삼촌께서 마중을 나오셨다. 무척 반가웠다.

동생은 따라온 강아지와 함께 앞서 가고 나는 조금 뒤에 따라가며 엄마와 외삼촌이 하시는 말씀을 들었다.

  ?병건아! 오면서 보니까 너희 논이 말이 아니더구나. 피해가 무척 컸지??

  ?, 누나.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밖에 나가기도 어렵고 ……. 겨우 나가 보니     애써 가꾼 벼들은 옆으로 쓰러져 물에 잠겼으니…….?

  외삼촌의 얼굴에 깊은 근심의 빛이 떠올랐다.

  ?거기에다가 논까지 무너졌으니 어쩌면 좋을까??

  ?벼들을 다시 세울 방법은 없을까??

  외삼촌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대답하셨다.

  ?그것도 힘들어. 논에 물이 너무 잠겨서 다 빠지려면 오래 걸릴게

   고……. 또 노끈으로 벼들을 세워 봤지만 이내 쓰러지고 말거든.?

 

  깊은 밤중에 비바람 속에서 고생하시는 외삼촌의 모습이 떠올랐다.

외삼촌의 근심어린 표정과 축 처진 어깨에서 그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던가를 증명해 주는 것 같아서 너무나 안쓰러웠다.

  엄마가 말씀하셨다.

  ?그래도 병건아! 용기를 잃지 마.?

  외삼촌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다.

  나도 조금은 마음이 놓였지만 외삼촌이 얼마나 고생하실까 생각하니 자꾸 걱정이 되었다.

 

어느 새 외삼촌 댁에 다 와 있었다.

외삼촌 댁엔 별일 없다지만 여름도 다 지난 이 때 내린 폭우로 어디선가 고생하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안타깝고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서 비로 인한 상처를 씻고 일어서기를 마음 속으로 빌었다.

?하나님! 제발 다시는 이런 비가 내리지 않게 해 주세요.?

창 밖으로 따사로운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1990년 서울 시립 어린이 도서관 어린이 글짓기 대회 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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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비

최혜연(서울 당산 초교 6학년)

  4교시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선생님께서 급식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급식 당번을 보고 급식을 배식하라고 하셨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했으나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일찍 수업을 끝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에 와서 보니, 어머니께서 텔레비전을 보시며

?한강 수위가 자꾸 높아 간다는데 비는 그칠 줄을 모르니 정말 걱정이다.?

하시며 한숨을 쉬셨다. 작년인가 재작년에도 우리 동네 근처의 집들은 홍수로 인해 많은 피해를 보았다. 다행히 우리 집은 아파트여서 괜찮았지만 우리 집 옆 찻길을 건너면 바로 한강이니 어머니께서 걱정하실 만도 했다.

  그러나 나는 ?전에 그렇게 비가 많이 와 다른 집들이 거의 다 잠겼을 때에도 우리 아파트는 괜찮았는데 뭐.? 하는 생각에 별로 걱정을 안 하고 내일 자연 경시 대회에 대비한 공부를 했다.

그런데 저녁때가 되자 우리 앞집 가족들은 귀한 물건을 가지고 피난을 갔다. 그것을 보니까 나는 갑자기 겁이 났다. 엄마께서도 더욱 불안하신지 계속 텔레비전 앞에 계시다가 드디어 장농 밑에 있는 반지 등을 꺼내 놓으셨다. 앞집처럼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귀한 것을 꺼내 놓으려는 것 같았다.

?엄마, 왜 그런 걸 꺼내세요. 설마 여기까지 물이 차겠어요??

나는 태연한 척하며 말씀드렸지만

  ?바로 옆이 한강이다. 한강물이 넘치면 2층이고 3층이고 소용 없어. 너희야 엄마를 의지하고 있어서   별로 걱정되지 않겠지만 엄마는 아빠가 출장을 가셔서 의지할 사람도 없어 얼마나 불안한데.?

하셨다.

  아는 아주머니분들께서 여러 번 전화하시고, 외할머니한테서도 전화가 왔다.

  어머니께서는

  ?물이 차면, 빨리 귀한 것 가지고, 5층으로 올라 가면 되지 뭐.?

하고 전화를 받으셨다. 역시 불안한 목소리로 말이다. 나는 아까 앞집이 피난 간 뒤로 줄곧 텔레비전을 지켜 보았다. 집이 물 속에 완전히 잠긴 화면이 방송될 때마다, 한강물이 불어난다고 방송될 때마다 가슴이 졸여졌다.

  ?우리 집이 만약 저렇게 된다면, 비 때문에 물 속에 잠긴다면…….?

정말 무서웠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제일 중요했던 자연 경시 대회는 잊어 버린지 오래였다.

어느 새 잠이 들었는지 일어나 보니 아침이었다. 나는 얼른 베란다에 나가 창 밖을 내다보았다. 하늘은 언제 비가 왔었느냐는 듯이 아주 맑게 개어 있었다. 언제 일어나셨는지 어머니께서 텔레비전을 보고 계셨다.

 

  방송에서는

  ?이제 한강 수위는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이상의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라고 발표했다. 나는 무척 기뻤다.

  어머니계서도

  ?참 다행이다.?

하시며 잘 됐다고 기뻐하셨다.

텔레비전에서는 계속 다른 지방의 피해 소식을 전했다. 나는 자칫하면 수재민이 될 뻔한 어제를 생각하며 텔레비전을 보았다. 수재민들이 학교 등으로 대피해서 빵, 라면 등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젯밤 우리 집에는 물도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겁이 나고 무서웠는데 지금 많은 비로 인해 집을 잃고 학교 등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얼마나 속상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하루 나에게 또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불안에 떨게 하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비가 밉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앞으로는 홍수가 나기 전에 대책을 세워 이런 일이 절대로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1990년 서울 시립 어린이 도서관 어린이 글짓기 대회 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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