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시

단풍 드는 날 /도종환

한실25시 2023. 11. 1. 14:37

단풍 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를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ㅡ제1회 한용운 문학상 공동시선집 《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샘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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